▲ 김승호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 김승호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고3 때인 1967년, 지금은 제3차 중동전쟁이라고 부르는 이른바 ‘6일 전쟁’이 있었다. 이스라엘은 기습공격으로 이집트의 시나이반도와 가자지구, 요르단의 요르단강 서안과 동예루살렘, 시리아의 골란고원을 빼앗았다. 이스라엘은 위대한 나라였다. 한쪽 눈을 검은 안대로 가린 이스라엘 모세 다얀 장군이 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주역이었다. 언론은 그를 영웅으로 추켜세웠다. 부끄럽게도 친미반공교육의 모범학생이었던 필자는 이스라엘편이었다. 바로 한해 전인 1966년 존슨 미 대통령이 방한했을 당시 통킹만 자작극(false flag)을 만들어 베트남 전쟁을 일으킨 전쟁광인 그를 환영하는 행사를 구경하고자 시청광장에 나갔을 정도였다. 지금 고등학생 가운데 그때의 필자처럼 어리석은 학생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태극기를 들고 광화문에 나오는 분들 가운데는 성조기와 함께 이스라엘 국기를 들고나오는 분들이 있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이스라엘을 편들지 않더라도 팔레스타인 사태를 올바르게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조·중·동’은 물론이고 한겨레·경향 같은 자칭 진보언론들도 그렇다. 이들은 지금 중동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라는 표제어를 달아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맞서고 있는 것은 하마스가 아니라 팔레스타인이다. 하마스뿐 아니라 ‘팔레스타인 해방 인민전선’ 같은 여러 단체들이 이스라엘에 맞서 함께 투쟁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자지구의 민중들이 이 정치·무장투쟁 단체들과 함께하고 있다. 또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민중들도 동참하고 있다. 광주민중항쟁과 같이 전체 민중이 떨쳐나선 인티파다가 1차(1987~), 2차(2000~) 각 5년 이상 계속 됐다. 어린이들이 맨손으로 이스라엘 탱크에 돌을 던지는 영상을 보지 않았는가. 나이든 여성이 몸에 폭탄을 두르고 자살공격을 했다는 얘기를 듣지 않았는가. 그런데도 이 전쟁을 하마스와의 전쟁으로 호명하는 것은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하수인에 불과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갈라치고, 하마스와 민중을 갈라치기 위한 이스라엘과 미 제국주의의 꼼수다. 그런 속임수로써 저항하는 팔레스타인 민중을 절멸시키기 위해 대량학살 전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테러집단 하마스를 제거하기 위해 전쟁을 한다고 호도하고 있다.

또 하나는 기회주의적으로 양비론을 펴는 사람들이다. 하마스의 테러도 나쁘고 이스라엘의 보복공격도 나쁘다는 투다. 이는 일방적으로 이스라엘을 편드는 것보다 나을지 모르지만 그 역시 미-이스라엘의 가짜정보에 포획된 모습이다. 이들은 이 전쟁의 뿌리와 역사에 눈을 감는다. 유대인들은 천 년 이상 아랍인들이 살던 팔레스타인 땅에 테러를 동원해 이주·식민하고 땅을 빼앗고 나라를 세웠다. 이 과정에 1차 중동전쟁을 치렀고, 그곳에 살던 원주민 70만여 명을 몰아내 난민으로 만들었다. 3차 중동전쟁으로 영토를 크게 확장했고, 그때 또 백만여명을 요르단·레바논 등 해외 난민으로 만들었다. 점령한 땅에는 점령촌을 만들어 야금야금 원주민들의 땅을 빼앗았다. 원주민과 난민들 주위에 봉쇄 장벽을 쌓고 이들을 가혹하게 통제·압박했다. 이에 저항하는 사람들은 가차 없이 학살했다. 그곳은 ‘지붕 없는 감옥’이다. 그곳은 게토 겸 아우슈비츠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자신의 처지를 일제에 강점당한 조선과 똑같다고 말하며 우리의 지지를 호소한다. 이 호소 앞에 양비론이 설 자리가 과연 있는가?

한 지식인(김정희원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교수)이 최근 한 진보언론에 양비론을 비판하면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자는 글을 투고했다. 그런데 그는 팔레스타인을 지지하지만 “하마스의 민간인 학살은 정당하지 않다”고 했다. 무장하지 않은 이들까지 살해된 것은 유감이다. 한데, 그가 말한 민간인은 누구인가? 무고한 사람들이 아니다. 점령촌 주민으로서 무기를 들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죽이고 땅을 빼앗은 사람들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이스라엘의 유대인들은 거의 대부분이 이주라는 명목으로 침략한 자들이거나, 침략자들과 한 덩어리가 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다. 거기에는 이스라엘 노동당 사람들도 포함된다. 그래서 필자는 지난주 목요일부터 계속 광화문 이스라엘 대사관 부근에서 하마스를 비롯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고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seung742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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