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인혜 안전관리 노동자

“재해자는 2인1조로 작업하지 않고 혼자 작업했다.” 산업재해 사고 언론기사 단골 멘트다. 이 멘트는 ‘구의역 김군 중대재해사고’로 알려진 2016년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정비업체 직원 사망사고’를 시작으로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 고 김용균 중대재해, 2022년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2022년 SPL 평택공장 반죽 배합기 끼임 사망사고, 2023년 서울 서대문구 아파트 엘리베이터 수리기사 추락사고 등 대중적으로 알려진 굵직한 산재 사건 보도에서도 나왔다. 웬만한 산재사고 기사에선 2인1조 작업 유무를 따지는 내용이 있다.

이쯤 되면 수많은 사람들은 2인1조 작업이 법으로 규정돼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실제론 그렇지 않다. 가장 기본적인 산업안전관리 법안인 산업안전보건법과 하위 법령들(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유해·위험작업의 취업 제한에 관한 규칙)에는 2인1조가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다. 간접적으로 언급돼 있다. 화기(용접)작업, 사다리를 사용한 고소작업, 밀폐공간작업, 정전·활선작업, 크레인 및 중장비 차량작업, 유해·위험물 취급작업에서 간접적인 서술로 감시인이나 보조인, 작업 지휘자를 배치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이는 ‘같은 작업 공간’이 아니라, ‘같은 작업 공정 내에’ 있으면 된다고 해석될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 8월 발생한 서대문구 아파트 엘리베이터 수리기사 추락사고 당시, 사측에서는 노동자 두 명이 따로 일을 했더라도 점검 인원을 2인1조로 편성했기에 2인1조 위반이 아니라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실제로 많은 현장에서 이와 같은 논리로 2인1조가 돌아가기 부지기수다. 결국 말뿐인 2인1조다.

2인1조 작업은 미국의 버디 시스템(Buddy System)에서 따온 제도다. 위험도가 높은 작업을 수행할 때 혼자 작업하는 게 아니라, 2명 이상의 작업자가 투입돼 상호 모니터링과 작업을 수행하게 하거나, 별도 감시인이나 관리자를 작업 공간에 배치해 작업자의 불안전한 행동을 지적·교정하고 사고 발생시 가장 먼저 응급조치를 하면서 비상연락망을 가동하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재해 위험을 낮출 수 있기도 하면서, 재해 상황이 발생할 경우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기장 기본적인 조치다. 당연히 2인1조라고 하면 작업자와 작업 보조자 또는 작업 지휘자가 ‘같은 공간’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

2인1조가 명확하게 명시된 사례는 공공기관 정도다. 정부는 ‘공공기관의 안전관리에 관한 지침’을 통해 2인1조 작업을 권고하고 있다. 이조차도 태안화력발전소 중대재해 이후에 시행했다. 더구나 ‘공공기관은 근로자가 2인1조로 근무해야 하는 위험작업과 해당 작업에 대한 근속기간이 6개월 미만인 근로자가 단독으로 수행할 수 없는 작업에 관한 기준을 마련해 운영해야 한다’고 명시해 공백이 있다. 근속기간 6개월만 넘으면 혼자 작업해도 된다고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그런데다 권고사항에 불과한 지침이기에 지켜지지 않는 사례가 있다.

이 지침 외에도 일부 기업에서 자체 안전보건관리규정집이나 위험성평가 내 위험성 감소대책으로 2인1조를 명시하고 있으나 극소수다. 구체적으로 명문화되지 않았기에 아직도 많은 노동현장에서는 실질적인 1인 작업이 비일비재하고, 수많은 작업자들이 나홀로 작업으로 목숨을 잃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아파트 엘리베이터 수리기사 추락 사망사고를 계기로 산업안전보건법에서 2인 1조를 명시한 개정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산업안전보건법뿐 아니라 유관 법령들 모두 2인1조 작업을 확실히 명시하고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일부 안전 관련 법률은 산업안전보건법보다 우선 적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위험물안전관리법(위험물관리법)에 지정된 유해·위험물질 관련 시설과 작업, 화학물질관리법에 명시된 작업과 시설, 연구실 안전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연구실안전법)이 그렇다.

결국 산업안전보건법에만 2인1조를 넣으면 사각지대가 생길 수밖에 없다.

노동자들이 홀로 일하다 죽지 않으려면 유관 법령까지 검토해 2인1조 작업이 수행될 수 있도록 개정해야 한다.

안전관리 노동자 (heine030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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