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복합적 위기와 반노동 정권하에서 한국 노동운동은 무엇을 해야 할까. 고 김금수 선생이 줄기차게 강조했던 인간조건 실현을 위한 변혁적 노조운동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불평등과 기후위기, 계급·민족모순 해소 등 당면한 한국 사회 개혁의 길과 맞닿아 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이사장 김유선)는 2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고 김금수 선생 1주기를 추모하며 ‘현시기 노동운동 무엇을 해야 하나’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통일운동과 민주화운동, 노동운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헌신해 온 고 김금수 선생은 생애 마지막에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명예이사장과 세계노동운동사연구회 상임고문을 지내며 <세계노동운동사> 전 6권을 집필하고 노동운동 활동가 학습모임을 주도했다. 또 항일 노동운동가 이재유 선생에 주목해 이재유기념사업회의 주춧돌을 놓았다. 지난해 10월25일 타계했다.

“김금수 노동운동론 여전히 유효”

윤효원 아시아 노사관계 컨설턴트는 ‘김금수 노동운동론의 현재적 의의’ 주제발표에서 “1936년 식민지 조선에서 태어난 김금수는 한국 자본주의 발전사를 온몸으로 겪으면서 살과 뼈가 갈리며 착취당하는 노동자들과 함께했다”며 “그는 회고록에서 끊임없는 좌절과 침체가 그다음 단계의 토대가 되는 게 노동운동 발전의 합법칙성 중 하나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금수가 일생 동안 일관되게 제시한 노동운동 이념은 ‘노동자계급 해방’이고, 이를 위한 총노선은 ‘인간조건 실현을 위한 사회주의’ 또는 ‘인간조건 실현 변혁적 노조운동’을 제시했다”며 “현재 계급모순과 민족모순은 동일하고 착취와 억압이라는 노동자계급 상태가 달라지지 않은 가운데 ‘김금수의 노동운동론’은 여전히 실천적으로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다중위기와 노동의 개입’을 주제로 발표한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금수 선생은 저작에서 노동운동이 직면한 중대한 도전과제로 세계화, 신자유주의, 기술혁신, 코로나 팬데믹, 기후변화 등을 지적했다”며 “(다중위기 속에서) 정의로운 전환 실현을 위해 노조의 대표성, 단체협약 확장성, 사회적 대화(정책개입), 시간주권 등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금수 선생이 지향한 사회상은 ‘인간조건’이 실현되는 사회로, 이는 1919년 국제노동기구(ILO) 헌장에서 명시된 ‘진정으로 인간적인 노동체제’ 정신과 맞닿아 있다”며 “선생은 이런 인간조건 실현을 위해 노동운동이 사회개혁 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함께 사는 노동운동으로 나아가야”

노광표 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새로운 도전과 노동의 미래’ 주제발표에서 “구조적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고 고용창출 능력이 저하하는 등 새로운 도전은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모습으로 다가온다”며 “노동운동은 내부의 노력뿐 아니라 바깥의 도전에 대한 준비와 혁신이 필요하지만 노동운동 간부들은 별로 위기감이 없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어 “한국 노동운동은 ‘함께 사는 세상’이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며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할 것 없이 같이 나아가는 구호가 제시돼야 한다”며 “노조 조직률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0%로 높이고 기업별노조체제 타파와 산별노조 전환, 계급연대와 사회개혁 실천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유선 이사장 사회로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 김명환 세계노동운동사연구회 이사장, 이병훈 공공상생연대기금 이사장, 이창곤 한겨레신문 선임기자가 지정토론에 나섰다. 연구소는 토론회가 끝난 뒤 같은 장소에서 김금수 선생의 글을 묶어 펴낸 <김금수 선집 노동운동론> 출판기념회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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