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와 이은주 정의당 의원실 주최로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산재1위 배달, 원인을 파헤친다' 토론회. <정기훈 기자>

배달노동자 10명 중 3명은 중등도 이상(중등~중증)의 우울증 위험을 보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의 한계로 배달노동자는 ‘감정노동자 보호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일하는 모든 이들을 보호할 산업안전보건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달노동자 80% 스트레스 문제 심각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2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산재 1위 배달 원인을 파헤친다’ 토론회를 열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에 요청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산재 승인이 가장 많은 사업장은 1천273건을 기록한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청년들이었다. 지난해에 이어 배달업이 1위를 차지하면서 배달노동자를 보호할 대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토론회는 배달노동자의 건강과 노동조건을 조사한 결과를 짚어본 뒤 산업안전보건법 사각지대를 들여다보는 순서로 진행됐다. 법 개정 방향과 정부 정책에 대한 주문도 나왔다.

한국산업의료복지연구원과 지부는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365명의 배달노동자의 정신심리건강을 조사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33.15%가 중등도·중증 이상의 우울을 호소했다. 80%의 노동자는 스트레스 문제가 매우 심각했고 38.36%의 응답자는 자존감 문제도 심각하게 겪고 있었다.

조사 발표를 맡은 박수민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전문연구원은 “동료와의 상호작용이 제한되는 노동환경에서 알고리즘을 통한 통제를 받고 고객과 상점의 폭언에 노출되는 노동방식이 배달노동자의 정신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위원은 “자기착취적 노동을 유도하는 플랫폼의 인센티브, 프로모션 제도는 신규 노동자를 유입함으로써 기존 배달노동자의 목표달성을 더 어렵게 만든다”며 “경쟁을 더욱 심화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심리적으로도 취약하고 높은 산재 위험에 놓인 배달노동자의 작업환경 전반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러한 작업환경을 통제하고 설계하는 것이 ‘어플리케이션’ 즉 알고리즘이라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미국 뉴욕주는 물류센터 노동자 보호법을 도입하면서 노동자에게 주어진 할당량을 서면으로 공지하고 일하는 속도에 대한 데이터를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며 “할당량 미충족으로 인한 처벌은 금지돼 알고리즘의 작동에 따른 생산성의 기준이 노동법에 부합할 것을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땜질식 안전보건체계 전면 수정해야”

산재 1위를 차지하는 배달업 노동자를 보호할 법령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안전보건규칙) 673조는 배달노동자에 대한 안전조치를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배달노동자들은 결과적으로 휴게시설, 폭염대책, 고객응대 근로자 보호 등과 관련된 법을 적용받고 있지는 못하다. 배달노동자를 산업안전보건법이나 안전보건규칙에 명시된 근로자로 보지 않고 673조에 한정해 배달종사자라는 이름으로 별도의 분류를 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땜질식’ 처방은 빠르게 변화하는 플랫폼 산업 속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를 보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직업환경의학전문의인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상 전속성이 폐지된 것처럼 산업안전보건법상 전속성 기준을 폐지해야 한다”며 “산재보험법이든 안전보건규칙이든 직종을 제한하는 방식의 안전보건체계를 대대적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달업에 대한 적극적인 근로감독과 산업안전 관련 행정통계에 배달노동자를 포함하는 정부의 적극적인 시책도 주문했다.

오민규 플랫폼노동희망찾기 집행책임자는 “산재 1위 업종에 근로감독, 산업안전감독 한 번이 없다”며 “정부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다’는 핑계만 대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고용노동부가 매월 발표하는 고용행정 통계로 본 노동시장 동향 자료에도 150만명의 대리운전 기사, 배달노동자가 제외된다”며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에 가입된 이들을 통계 분석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배달업 산재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만큼 위험성평가가 가능하도록 산재 분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오 집행책임자는 “지난해 배달플랫폼 3사에서 발생한 산재 2천400여건에 대한 사고 분류가 돼 있는지 노동부에 묻고 싶다”며 “사고 유형, 사고 요인, 평균 경력 등 산재 사고에 대한 기초조사가 돼 있어야 사고 예방에 필요한 위험성 평가가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