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윤정 기자

노동의 관점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바라보는 ‘L-ESG’ 개념을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노사가 함께 ESG 항목부터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L-ESG’는 <매일노동뉴스>와 ESG 관련 전문가들이 함께하는 ‘L-ESG 연구모임’이 지난달 20일 ‘L-ESG란 무엇인가’ 주제의 발표회에서 처음 제기한 개념이다. E(환경)와 G(지배구조)에 비해 S(사회), 그중에서도 ‘노동’은 ESG 경영에서 경시되는 현실에서, 향후 ESG 논의에서 노동의 위상과 의미를 확인하고 ESG와 노동의 관계를 정립하자는 제안이다.<본지 9월21일자 6~7면 “노동 관점에서 본 ESG ‘L-ESG’가 온다” 기사 참조>

그 후속모임인 ‘L-ESG 정례포럼’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생산성본부인증원 대회의실에서 ‘노동 관점의 ESG를 말한다’를 주제로 열렸다.

“ESG 잘 되려면 무엇보다 노조 관심 중요”

이날 주제발표에 나선 김영기 산업정책연구원장은 “ESG는 거버넌스를 작동해서 환경과 사회적 문제 해결을 하려는 것”이라며 “G가 굉장히 중요하지만 한국에서는 간과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ESG가 잘 되려면 노조의 관심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최근 여러 학자들이 ‘포용적 노동조합주의’를 만들어 가자고 이야기한다”며 “이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노조의 연대활동을 강조하는 모델로, 노조가 노동시장 내 취약한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정책의 중요한 행위자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도 당연히 포용적 기업을 해야 한다”면서도 “ESG를 기업만 하라고 하면 잘 안 될 수 있기에, 노조와 기업 구성원이 다 참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전 세계는 ESG와 관련한 규범의 풍요 속에 있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CSR과 ESG 발전과정을 보면 국제규범의 강화 시기”라며 “ESG와 관련해 엄청나게 많은 규범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연대, 외부의 압력, 기술환경의 변화, 사회환경의 변화(생산인구 감소, 세대변화 등), 사회적 정당성 확보, 노조의 거버넌스 등이 노조가 ESG를 추진해야 하는 동인이 될 수 있다”며 “노조의 ESG는 근로자 삶의 질 향상, 사회 변화를 위한 실천 수단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유럽연합(EU)이 공표한 기업 공급망 실사법안은 기업이 전 공급망에 연결된 납품 및 협력기업의 인권과 환경에 대한 침해 여부를 조사한 후 문제 발견시 시정하고 해당 내용을 공시하게 한다. 대기업은 물론 협력기업까지 자동 연계되는 만큼 이런 사회환경 변화에 노조가 대응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인권, 고용, 건강과 안전, 노사관계, 사회적 약자 등 노동자와 관련 있는 다양한 ESG 이슈를 포함해 노사가 함께 ESG 항목에 관심을 가지고 같이 점검해 보자”고 제시했다. 이어 “경영자가 ESG 경영 전략을 짜는 것도 중요하지만 노조가 들어와서 함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LG전자 부사장과 LG그룹 CSR팀 부사장을 역임했다.>

“노동 관점 ESG 세부평가지표 구축할 것”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두 번째 발표에서 “ESG에서 S가 상대적으로 약하고, 노동영역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L-ESG가 필요하다”며 “한국의 ESG 평가기준에서 노동기준이 미흡하고 불충분하며 형식적인 지표를 가지고 도식적인 것만 채택해 진행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동과 관련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를 체계적으로 잘 포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래서 L-ESG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노동자의 경영참여 문제는 S영역이자 G영역의 문제이기도 하다”며 “기후변화나 코로나19 같은 환경문제는 기업경영에만 아니라 노동시장이나 노사관계에서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산업전환에 따른 대응에서 고용과 노동의 문제는 필수적 검토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ESG 경영, 전략, 투자만이 아니라 국제규범의 관점에서 ESG 기준 확립에 노동 요소의 적극적인 반영이 필요하다”<며 “여러 평가기준의 난립으로 확립되지 않은 평가지표를 유엔, 국제노동기구(ILO) 등 관련 지표를 중심으로 재평가하고 기준점으로 삼아 노동 측면의 ESG 세부평가기준과 평가방법을 구축해 국내 ESG 논의를 한단계 진전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L-ESG 정례포럼’은 노동 관점의 ESG와 관련한 다양한 주제와 인사들을 초청해 매월 진행할 예정이다.

연윤정 기자
연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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