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감정노동종사자권리보호센터

“예를 들면 ‘내 세금으로 일하면서 왜 그것밖에 못 해’ 이런 식으로 말하면 저희는 공무원이니까 막말로 싸울 수는 없잖아요. 감정을 참으면서 그걸 다 받아내야 하니 감정노동이 발생하는 것 같아요.” (서울시 보건소 직원 A씨)

“아침에 눈이 안 떠졌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코로나에 걸리고 본인도 어디다 감정을 풀어야 할 사람들이다 보니 저희한테 욕도 하고, 협박도 하고….”(서울시 보건소 직원 B씨)

전체 서울시 보건소 여성노동자 중 16%가 자살 관련 행태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서울시 보건소 직원 10명 중 9명은 여성이다.

서울시감정노동종사자권리보호센터가 18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감정노동자보호법 시행 5년, 무엇을 해야 하나’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김진숙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서울시 25개 자치구 보건소 전체 직원 491명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여성과 남성은 각 438명, 53명이다. 조사는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응답자가 꼽은 감정노동의 원인 1위는 ‘주민의 폭언 또는 과도하고 부당한 요구’였다. ‘규정상 해결할 수 없는 문제 해결 요구(43.7%)’와 ‘민원 발생에 대한 두려움(33.5%)’ 등이 뒤를 이었다.

응답자 235명은 연평균 11.1회 ‘모욕적인 비난이나 고함, 욕설 등 언어적 폭력’을 겪는다고 답했다. 업무 범위를 넘는 무리한 요구는 240명의 노동자가 연평균 11회 경험한다고 밝혔다.

고객의 정신적·성적 폭력은 특히 여성에게 집중됐다. 연구진이 감정규제·감정부조화·조직 모니터링·감정노동 보호체계 등 감정노동과 정서 상태에 대한 지표를 조사한 결과 여성 직원의 92.5%가 위험군으로 나타났다. 남성은 60.4%였다.

자살 생각 경험이 있다는 응답도 여성이 16%로, 남성(9.4%)보다 높았다. 이는 지난해 한국복지패널 조사보고서에서 나타난 우리나라 ‘자살 생각’ 평균 3.73%보다 5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김진숙 책임연구원은 “부당하거나 지속적인 민원, 폭력에 대해서는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법·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인임 정책연구소 이음 이사장은 “지방정부 소속 공무원이기 때문에 구청과 서울시, 국가인권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등 타 기관 눈치도 봐야 하는 위치에 있어 노동자 개인이 자신을 보호하기 어려운 현실”이라며 “그러나 현행 감정노동자보호법에 나와 있듯 보건소 소장이 구청과 협의해 감정노동자 보호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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