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탁선호(금속노조 법률원 경주사무소)

21대 국회에는 공인노무사들의 직무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공인노무사법 개정안 3건(류호정 정의당 의원안,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안,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안)이 발의돼 있다. 일부 차이는 있지만 3건 모두 노동관계법령 위반 고소·고발 사건의 수사단계에서 공인노무사가 진술 대행 및 대리가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런 개정안 배경에는 대법원이 2022년 1월13일 선고한 2015도6329 판결과 이에 대한 한국공인노무사회의 반발 및 적극적인 입법 요구가 있다. 위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공인노무사가 착수금 또는 성공보수 명목의 돈을 받고 노동관계법령 위반 고소 사건의 서류를 작성하거나 진술을 대리하면 변호사법 위반에 해당한다. 노동관계법령 위반 사건에서 진정과 고소 대리를 구분하는 것은 피해 노동자의 처지를 고려하지 않는 형식적인 법해석이다. 피해 노동자들의 유효적절한 권리행사를 위해서라도 입법적 해결책을 모색할 필요성이 있다.

그러나 공인노무사회측의 직무영역 확대 주장은 피해 노동자들의 입장이 아니라 철저하게 직역이익 수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동의하기 어렵다. 한국경제의 2022년 10월12일자 기사에 따르면, 공인노무사회측은 경주지역의 한 이주활동가를 변호사법과 공인노무사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공인노무사회측은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상담 및 권리구제를 지원하는 활동을 ‘민주노총을 등에 업고 겉으로 약자인 근로자를 위하는 활동가처럼 행세하는 행위’ ‘장기간에 거쳐 전문자격사의 직역질서를 잠탈해 문란하게 한 행위’로 보고 적극 수사와 처벌을 요구했다. 한 근로감독관은 변호사법과 공인노무사법 위반이 확실하다면서 공인노무사회측에 적당한 조치를 해 달라며 제보까지 했다고 한다. 공인노무사회측은 이주인권단체의 비판도 공인노무사법 개정에 도움이 된다고 반기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공인노무사회측이 법적 검토를 하고 고발을 했는지, 근로감독관은 무엇을 근거로 법령 위반이 확실하다며 제보까지 했는지 의문이다.

이주활동가가 착수금이나 성공보수 등 금품을 받지 않는다면 피해 이주노동자의 고소 대리를 해도 변호사법 위반이 아니다. 형사소송법은 고소 대리인의 자격에 특별히 제한을 두고 있지 않고(236조), 변호사법은 변호사가 아닌 자가 금품·향응 그 밖의 이익을 받거나 받을 것을 약속하고 소송 사건 등에 관해 대리 등을 한 행위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109조1항). 형사처벌을 전제로 하는 고소 사건 대행 및 대리는 공인노무사의 직무영역이 아니므로(대법원 2015도6329 판결) 이주활동가가 고소대리를 하더라도 공인노무사법 위반이 아니다.

공인노무사회측은 이주활동가가 금품을 받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장기간 계속적으로 이주노동자 상담 및 진정 사건 대리행위를 한 것을 두고 공인노무사법 27조1항이 금지하고 있는 행위, 즉 공인노무사 아닌 자가 업으로써 공인노무사의 직무를 행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런데 영리 목적 없이 이주노동자들을 지원하는 활동을 영리추구 활동과 같은 것으로 평가해 공인노무사법 위반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공인노무사법의 보호법익이 공인노무사들의 시장이익은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근로감독관이 변호사나 노무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이주활동가가 대리하는 진정사건 처리를 거부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은 당사자의 출석이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리인의 출석을 허용하도록 하고, 대리인으로부터 위임장을 제출받도록 하고 있을 뿐 대리인 자격을 제한하지 않는다(8조3항). 이주활동가들은 사업주의 노동관계법령 위반행위에 대해 제3자로서 진정·청원·탄원·고발을 할 수도 있다. 이 경우 근로감독관은 신고인의 신고내용에 대해 신속·친절·공정·정확히 조사·처리해야 하며, 처리 사항을 신고인에게 알려줘야 한다(33조·37조·40조 등).

전문가들의 직업적 이익 추구는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직역질서를 수호한다는 이름 아래 모든 활동을 시장거래 기준으로 평가하면서 임금체불·산업재해·폭행, 성폭력 등에 일상적으로 노출되어 있는 이주노동자들을 지원하는 활동까지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전문가란 무엇이고, 자격은 왜 필요한 것인가. 과유불급이고 소탐대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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