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해든 공인노무사(부산노동권익센터)

일하는 부산 시민을 만나다 보면 종종 “부산이니까”라는 말을 듣게 된다.

“부산이니까 서울보다 일자리가 적죠” “부산이니까 이 업계에서 한번 미운털이 박히면 더 이상 일 못 해요” “부산이니까 근로조건이 안 좋은 부분은 감수해야죠” “부산이니까 처음 일하는 사람은 낮은 임금을 받아요” “부산이니까 보수적이고 가족적인 조직 분위기를 가지고 있죠” 등 듣다 보면 그야말로 “부산이니까” 외면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생각해 보면 나도 이런 이유를 대고 한동안 부산을 떠났던 것 같다. 서울에 있다가 부산에 왔다고 하면 종종 “계속 서울에 있지 왜 부산에 다시 왔어요?”라고 묻는 사람도 있다. 그럴 때마다 나도 할 말이 없어서 그냥 웃거나 상황에 따라 그럴듯한 이유를 댔다. 처음엔 “부산이 뭐가 어때서요?”하고 반문했는데 워낙 듣다 보니까 이제는 사람들이 왜 부산보다 서울에 있는 것이 낫다고 하는지, 왜 사람들이 부산이니까 노동 환경이 좋지 않은 것이 당연하다고 느끼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대부분 명확한 근거를 찾기 어렵기 때문에 “부산이니까 그런 것 같다는 느낌”에 그치지만, 주변의 사례들을 비교하거나 스스로 느낀 바로는 꽤 사실인 부분도 있다. 일례로 채용사이트에 부산의 일자리를 검색하면 양적인 측면에서 서울과 차이가 나는 것은 물론, 특정 직종은 부산에 아예 없는 경우도 있다. 해당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 자체가 서울보다 적기 때문에 열악한 노동환경에 놓여도 문제를 제기하기 힘들다. 자연스럽게 근로조건이 좋지 않아도 그것을 감수해야 부산에서 일을 계속할 수 있다는 생각이 굳어져 버린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물론 기업의 종류나 직군의 분포, 사회기반시설과 같은 물리적 부분뿐만 아니라 연령층이나 정치적 성향도 부산이 서울과 다르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에 일조한다.

또한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일하면서 서울과 비교해 부산 혹은 다른 지역에서 다르게 대우받은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다들 비슷한 경험을 너도나도 말한다. 다른 지역에서 근무하다가 부산에 온 친구들과 대화하다 보면 “서울과는 다른 어떤 답답한 느낌”이 있다고 우스갯소리를 하기 한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무언가 다른 느낌을 받은 것이 나뿐만은 아닌 것 같다. 이런 공통된 경험이야말로 부산의 노동환경에 간접적으로 알려주는 신호라고 생각한다. 이 작은 신호들을 단순히 개개인이 느끼는 감정으로만 치부하기에는 그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사실 서울과 비교했을 때 노동환경에 대한 “다른 느낌”은 부산만은 아닐 것이다. 다른 지역에서도 분명 서울이 아니니까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해도 잘 비춰지지 않다든지, 이러한 환경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고 짐작된다. 때문에 부산 사람들과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지역의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면밀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에 맞춰 노동환경과 처우개선도 따라가야 하며, 근본적으로는 각 지역에서의 노동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노동을 비롯한 많은 주제가 서울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지는 것은 사실이다. 서울과 다른 지역과의 격차에는 깊은 역사가 있고 문화, 사회, 교육, 의료, 정치 등 많은 문제가 얽혀 노동만을 뚝 떼어서 살펴보기에는 어려운 부분도 있다. 하지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서울 밖에도 사람들은 살고 있고 또 일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부산을 비롯한 다른 지역의 사람들이 왜 서울과는 다른 노동환경을 가지고 있다고 느끼는 것인지 고민해봐야 한다. 지역 그 자체로 “존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부산을 비롯한 다른 지역의 노동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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