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노동뉴스와 노동건강연대, 민주노총 등 산재사망대책마련공동캠페인단 주최로 올해 4월27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2023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 참가자들이 기자회견을 마친 뒤 상여를 메고 행진하던 중 경찰에 가로막혀 있다. 캠페인단은 노동부의 부실한 자료 제공으로 인해 최악의 살인기업을 선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중대재해 발생 기업명’을 공개하라는 소송이 제기됐다. 수사 진행과 개인정보 침해, 법인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기업 이름 제공을 거부하는 노동부 방침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노동부의 기업 명단 공개 거부로 매일노동뉴스·노동건강연대·민주노총으로 구성된 공동캠페인단이 선정하는 ‘2023 최악의 살인기업’이 올해 무산되기도 했다.

노동부 “수사·재판 영향” 이유로 비공개
센터 “원·하청 기업명 객관적 정보 불과”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는 16일 노동부를 상대로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기업의 명단을 공개하라는 정보공개 청구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냈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정보공개센터가 올해 3월 공개를 요구한 ‘2022년 중대산업재해 발생현황’을 노동부가 거부하면서 시작됐다. 노동부는 “수사 및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라며 중대재해가 발생한 원·하청 기업 이름을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부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을 근거로 중대재해 발생 기업명을 비공개했다. 정보공개법은 ‘진행 중인 재판에 관련된 정보와 범죄의 예방·수사·공소의 제기 및 유지·형의 집행·교정(矯正)·보안처분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직무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하거나 형사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를 비공개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보공개센터는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원·하청 기업명’은 수사나 재판의 진행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정보공개센터는 “원·하청 기업 이름은 사고 발생 사실에 대한 객관적 정보에 불과하다”며 “중대산업재해가 일어난 기업이라고 해서 모두 수사와 형사 재판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며, 발생 사실이 대중에게 알려지는 것만으로 재판의 결과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생명·안전 알권리는 정보공개법 중요 법익”
대리인 “노동부 사업장 은폐는 시정돼야”

나아가 기업 정보는 ‘국민 알권리 보장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정보공개센터는 “일자리를 찾는 구직자는 어느 기업에서 어떤 사고가 얼마나 일어났는지 등 정보를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며 “일자리 위험 요인에 대해 제대로 정보를 제공받아야 구직자가 더욱 안전한 직장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고가 일어난 해당 기업 소속 노동자들이나 관련 업종 종사자들도 어느 기업에서 어떤 중대산업재해가 일어났는지 정보를 제공받아야 유사한 사고의 재발을 막고 예방하기 위한 노력에 힘을 실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예찬 정보공개센터 활동가는 “지난해 산업재해 노동자수가 13만명이 넘는다. 산재가 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해치는 위험요인인 셈”이라며 “시민의 생명과 안전, 건강에 대한 알권리는 정보공개법의 중요한 법익이므로 노동부는 중대재해가 일어난 기업의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송을 대리하는 임자운 변호사(법률사무소 지담)는 “중대산업재해 예방은 우리가 모두 계속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다”며 “어느 사업장에서 사고가 났는지, 그 사업장에 대한 국가의 관리·감독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계속 살펴야 한다. 노동부의 사업장 정보 은폐는 이러한 관심과 노력을 원천 봉쇄하는 것이기에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보공개센터는 지난해 기업의 중대재해 현황을 검색할 수 있는 ‘일하다 죽지 않을 직장찾기(www.nosanjae.kr)’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지난 8월에는 구직자들이 구인기업의 산재 사망사고 발생 사실을 알 수 있도록 국회에 직업안정법 개정 입법 청원을 제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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