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호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5차 중동전쟁의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이 도화선이 됐다. 하마스 제거를 위한 지상군 투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지상군이 들어갈 테니 살고 싶으면 떠나라고 최후통첩을 했다. 전체 가자지구 주민 230만명 가운데 110만명에게. 미국 대통령 바이든은 하마스를 제거해야 할 ‘순전한 악’이라고 규정했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보복전쟁을 지지하면서 항모전단을 급파하고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을 동시에 이스라엘에 보내 군사행동을 조율하고 있다.

미-이스라엘의 반대편에는 중동지역의 민족주의 세력들이 마주하고 있다. 가자지구 공습에 항의해 간헐적으로 이스라엘을 포격하고 있는 레바논의 헤즈볼라는 “우리는 완전히 준비돼 있고, 행동할 때가 오면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이스라엘에 빼앗긴 땅 골란고원을 둘러싸고 시리아와 이스라엘 사이에 포격이 교환됐고, 이스라엘은 시리아의 알레포와 다마스쿠스 공항들을 공습했다. 이란은 “가자지구에 대한 전쟁범죄와 학살이 즉시 중단되지 않으면 통제 불능 상황이 될 것” “지상전을 실행하면 개입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 ‘가자 사태’는 십중팔구 5차 중동전쟁으로 확대될 것이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대규모 지상군을 투입해 살육전을 벌일 것이다. 이스라엘의 대규모 살육전이 벌어지면 저항세력이 강력하게 응전할 것이다. 이 전쟁에 대해 말하자면 이 짧은 글에서 도저히 다룰 수 없다. 칼럼은커녕 책 1권으로도 부족할 것이다. 그러나 사태가 너무나 중차대하기 때문에 선언적으로라도 몇 마디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복잡한 문제일수록 근본으로 돌아가 살펴봐야 한다는 말이 있다. 팔레스타인 문제야말로 그렇다. 사람들은 ‘평화’를 말한다. 그러나 평화란 무엇인가? 현재의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점령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면 1993년 체결된 오슬로 협정에서 전망한 것처럼 지금 팔레스타인 지치정부가 관할하는 땅에 팔레스타인 국가를 세워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두 국가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인가? 이 해법은 지난 30년 이상 시도됐지만 결국 실패했다. 이유는 근본적으로 바른 해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전쟁은 이스라엘이라는 국가가 생김으로써 시작됐다. 이스라엘이라는 국가가 없었다면 지난 네 차례의 중동전쟁도 없었을 것이고, 이스라엘의 가자지구와 서안지구 점령도 없었을 것이며, 하마스가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을 기습공격 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이스라엘이라는 국가는 과연 그 지역에 존재할 정당성이 있는가? 이스라엘은 왜 생겨났는가? 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은 오스만 제국의 영토를 차지하려는 제국주의적 야욕을 가지고 팔레스타인에 유대국가를 건설하는 데 동의한다는 ‘발포어 선언’을 발표했다. 그리고 이 전쟁에서 승리한 뒤 팔레스타인 지역을 위임통치하면서 유대인 이주를 촉진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이 지역에 고조되는 아랍 민족주의를 제압하기 위한 교두보로서 미국이 유대국가 건국과 유지를 위해 온갖 지원을 제공했다. 4차 중동전쟁, 이른바 ‘욤 키푸르 전쟁’도 미국이 전면 지원하지 않았으면 이스라엘이 패배했을 것이고, 그랬다면 이스라엘은 지도상에서 사라졌을 것이다. 그랬다면 지금의 5차 중동전쟁 위기는 원천적으로 조성되지 않았을 것이다.

단칼로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자른다는 말이 있다. 5차 중동전쟁 위기야말로 그렇게 해결해야 한다. 팔레스타인 땅에 유대교 국가 이스라엘은 없애고 팔레스타인 국가 하나만 세우면 된다. 그 국가 안에서 이슬람교도, 기독교인, 유대교인이 같이 어울려 살면 된다. 그 국가는 어느 제국주의든 제국주의 국가에서 독립적이어야 할 것이다. 유대인들은 팔레스타인 땅에 유대인 국가를 세울 권리가 없다. 구약성경에 하느님이 이 땅을 자기들에게 약속했다고 적혀 있다고 주장하는데, 그것이 어찌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들이 천년 이상 살고 있는 이곳에 자기들의 나라를 세울 근거가 되는가? 소도 웃을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유럽에서 이주한 유대인들은 유대교를 믿을 뿐 2천년 전에 이곳에 살다가 흩어졌던 유대인들의 후손도 아니다.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seung742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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