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한 마을 사는 아이 친구 엄마가 자전거를 처음 배운다기에 여러 사람이 모였다. 50년 만의 첫 두 바퀴라니. 이게 될지 싶은 걱정도 있었지만, 응원의 목소리가 더 컸다. 어쩌다 성공이라도 한다면 마을잔치를 벌일 기세였다. 가족끼리는 운전 가르치는 거 아니라는 선지자 가르침 따라 옆집 아빠가 나섰다. 이론교육은 잠시, 실전 훈련이 혹독했다. 갸우뚱거리는 묵직한 자전거를 뒤에서 잡고 함께 뛴 사람은 아무렇지 않다고 말했지만, 자꾸만 허리춤을 잡고 이상한 소리를 냈다. 얼굴 벌게진 도전자는 표정이 굳어 갔다. 장난기 가득한 표정 아이들이 보란 듯이 그 옆에 바짝 붙어 쏜살같이 지날 때마다 비명이 터졌다. 한 바퀴만 더, 다 됐다. 마지막으로 두 바퀴만 더, 거의 다 됐다. 응원 열기가 아시안 게임 배드민턴 2관왕 안세영 선수의 경기에 비할 만했다. 마침내, 잡고 뛰던 손이 떨어지고 자전거가 두 바퀴로 섰다. 주욱 밀고 나갔다. 환호가 터졌다. 그날 저녁 삼겹살을 함께 구웠다. 추가 주문에 인색함이 없었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한 참석자는 소감을 전했다. 어딘가에 첫발 내딛는 일이 이처럼 짜릿한 일이었다니. 마음만 일찍 늙어 익숙한 자리에 안주했던 사람들이 달리기를 해 보겠다, 악기를 배워 보겠다, 새로운 일을 시작해 보겠다면서 소주와 맥주를 비웠다. 평소와 달리 눈빛이 오래도록 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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