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
▲ 공공운수노조

서울대·경북대병원 노동자 파업이 13일 사흘째를 맞은 가운데 경북대병원 노사가 잠정합의를 도출했다. 서울대병원 노사는 교섭을 지속하고 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경북대병원 임금총액 1.7% 인상
정규직 전환자 명절휴가비 상향

인력충원 등을 요구하며 11일부터 파업에 돌입한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경북대병원분회는 이날 병원측과 잠정합의안을 도출하며 사흘 만에 파업을 종료했다.
분회는 “13일 오전 9시부터 임단협 교섭을 시작해 오후 6시께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며 “오후 6시부로 경북대병원 파업이 종료됐다”고 밝혔다. 파업에 참여한 약 700명의 조합원들은 14일부터 업무에 복귀할 예정이다. 
핵심 쟁점이 된 인력충원과 관련해 노사는 간호사 1명당 환자수를 줄이기 위해 간호사 70명을 충원하기로 했다. 신규간호사 사직률을 줄이기 위한 교육전담간호사도 여기에 포함된다.  
노사는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총액 대비 1.7%를 인상하되 공공의료수당(2만원)을 신설하기로 했다. 코로나지원금 일시금으로 10만원도 지급하기로 했다. 교대근무자 처우개선을 위해 월 야간근무 7개부터 수면휴가를 하루씩 부여하고, 불법의료 근절을 위해 노사 동수 준법의료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2019~2020년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한 환경관리직군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기 우 해 명절휴가비를 2024년부터 2026년까지 10%포인트씩 인상해 기본급의 20%→50%를 지급하기로 했다.
분회는 “이번 교섭은 의료공공성을 강화하고 환자와 직원 모두가 안전한 병원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며 “잠정합의를 통해 불법의료를 근절하고 인력확충을 통한 간호의 질을 높여 환자가 안전한 병원이 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분회는 조만간 전체 조합원 대상 찬반투표를 진행한 뒤 조인식을 열 예정이다.

서울대병원장 “필수유지업무자 복귀하라”
서울대병원분회 “해당 인력 파업 안 해”

경북대병원 노사합의가 서울대병원 노사협상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다. 
서울대병원분회도 11일부터 인력충원과 의료공공성 강화를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필수유지업무 인력을 제외하고 1천여명이 파업에 참여 중이다. 분회는 전날에 이어 병원측과 이날 오전부터 교섭을 이어 오고 있지만 현재까지 합의점을 도출하지는 못한 상황이다.
의료연대본부와 서울대병원분회에 따르면 병원측은 지난 12일 서울대병원장 명의의 ‘업무복귀명령서’를 파업에 참여한 일부 조합원들에게 전달했다. 업무복귀명령서에는 “12일 필수유지업무 근무자로 지정됐음에도 근무지를 무단이탈해 복귀하지 않고 있는 바 즉시 업무에 복귀하시기 바란다”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 따른 책임 또는 병원 인사규정 및 복무규정 등에 따른 징계 대상에 해당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본부 서울지부는 업무복귀명령을 받은 조합원들이 필수유지업무와 무관하다고 지적했다. 지부는 “환자 안전을 고려해 병원과 필수유지협정을 맺은 대로 해당 부서 인력을 유지한 채 합법적으로 파업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의사성과급제 폐지·인력충원 놓고 평행선

지부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노사는 지난 7월11일부터 임금·단체협상을 시작해 40여차례에 걸쳐 교섭을 이어 왔지만 현재까지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분회는 인력충원과 어린이병원 병상 축소 중단, 진료기여수당·의사성과급제 폐지 같은 의료공공성 강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분회는 서울대병원 64명, 보라매병원 53명 총 117명 인력충원과 직종·부서별 결원에 따른 대체인력 660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부 가이드라인 ‘1.7%’ 이상의 임금인상도 필요하다고 요구한다. 공공의료수당 신설을 통해 일시금 형태가 아닌 정기 수당 형태로 병원 노동자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파업출정식을 열고 “파업이 장기화되는 것을 막으려면 병원측이 노조가 수용할 만한 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윤태석 서울대병원분회장은 “12일 밤 파업 돌입 이후 처음으로 병원장 면담을 진행했다”며 “신속한 문제 해결을 요구했고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지만 새벽까지 이어진 교섭에서 단 하나의 진전된 안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파업사태를 해결하려면 진전된 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오히려 업무복귀명령서를 조합원들에게 보냈다”고 지적했다.
간호사 A씨는 “교대근무를 하며 위장장애는 기본이고 수면제를 처방받아 매일 복용해도 수면장애에 시달리ㄱ 나이트근무가 너무 힘들어 차라리 출근길에 차에 치이고 싶다고 생각하는 간호사들이 많다”며 “임금인상만을 위해 파업을 하는 게 아니라 안전한 환경에서 제대로 된 간호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환자이송팀 업무를 하는 B씨는 “나이트근무 때는 병원 전체를 3명이서 담당하고 있다”며 “인력충원 요구를 하며 파업을 하자 병원측은 환자이송팀 총원을 넘는 ‘70명’을 근무자로 투입시켰다. 평상시 그렇게 요구한 인력을 이렇게 간단히 추가 투입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 공공운수노조
▲ 공공운수노조

“서울대병원, 공공병원 역할 다하고 있는지 의문”

무상의료운동본부를 포함한 시민단체들은 이날 오전 서울대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파업 지지 의사를 밝혔다. 병원에 △서울대병원 의사성과급제 폐기 △서울대병원·경북대병원 인력충원 약속 이행 △어린이병원 병상 축소 시도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서울대병원이 공공병원으로서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최규진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처장은 “(의사수 부족으로) 의사 몸값이 천정부지 올라가고, 병원은 교수들 붙잡으려고 돈을 올려줘야 하고, 몸값 맞추려고 다른 노동자들을 쥐어짜고, 진료는 상업적으로 변질되고 있다”며 “결국 병원노동자들과 환자들만 죽어나는 상황이 돼버렸다. 그런데 서울대병원은 중심을 잡기는커녕 어린이병원 병상 줄이고 의사들 진료수당만 인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서영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 상임활동가는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은 중증 어린이 환자들에게 마지막 보루 같은 곳인데, 병원측은 병상을 축소시킨다고 한다”며 “병원 경영진이 어린이 환자들의 고통은 외면한 채 수익에만 매몰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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