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

헌법재판소는 5명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제외가 평등원칙 위배인지 여부를 판단하며 영세사업장의 열악한 현실을 하나의 기준으로 언급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은 헌법의 명령을 받아 근로조건의 기준을 정하고 있는 법이다. 근로기준법은 그 목적에서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향상시키는 것’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예컨대 ‘휴식’은 근로자로서의 생활뿐만 아니라 시민으로서 삶을 영위하기 위해 반드시 확보돼야 하는 시간이다. 그러나 5명 미만 사업장의 근로자는 근로시간 및 연차휴가 미적용으로 '쉼'을 보장받지 못한다. 가산수당은 그 수당의 지급에서 비롯되는 야간근로 및 연장근로 억제라는 목적을 5명 미만 사업장에서 실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연차휴가까지 적용되지 않으면서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는 노동법의 묵인하에 개인에게 보장돼야 할 온전한 휴식시간을 잃고 있다.

휴식이라는 가치를 ‘열악’이라는 말로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청년유니온 제보센터에 제보를 해 온 다수의 노동자들은 연차에 대한 간절한 바람을 드러냈다. ‘영세’한 곳에서 일하는 근로자라고 해서 권리까지 영세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영세한 곳에서 일하기 때문에 보장받지 못하는 권리를 더욱 보장해 주는 것이 근로기준법의 본래 목적에 부합한다.

제보센터에 따르면 5명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근로기준법 미적용 문제를 ‘법의 미보호’ 내지 ‘차별’로 받아들이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상시 사용 근로자 5명이라는 기준이 평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이 본래 보호하고자 하는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임이 분명한 5명 미만 사업장의 근로자는 적용이 평등하지 않다고 경험적으로 체감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행한 ‘소상공인 경영애로 실태 및 정책과제 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경영수지 악화의 원인은(복수응답)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판매부진(83.5%), 제품·재료비 원가 상승(27.8%), 동일업종 소상공인 간 경쟁 심화(27.3%), 인건비 증가(22.3%) 등으로 나타났다. 영세사업장의 열악한 현실이 5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 권리를 배제하는 명분이 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5명 미만 사업장에는 여전히 임금체불이 만연하다. 이 중에는 주휴수당과 퇴직금이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사용자의 노동법 위반인데, 그 안을 보면 보다 심각한 문제가 있다. 제보센터에서 주휴수당·퇴직금을 왜 적용받지 못하는지 의문스럽다고 답변한 사례, 그리고 노동상담에서 5명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데 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는 것인지 문의하는 사례들이다. 상시근로자수라는 기준 때문에 근로자가 자신의 권리를 모르고 있다.

근로계약서 미작성과 4대 보험 미가입에서 같은 맥락으로 확인되는 것은 근로자가 자신의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데 시정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이다.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거나 4대 보험을 일부러 가입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범법 행위임에도, 사용자는 노동법을 준수하지 않은 것을 각성하지 않는다. 오히려 근로자의 요구를 비난하거나 회유하는 방식으로 법적 권리 행사를 억제하는 사례가 발견된다.

이처럼 5명 미만 사업장에서의 법 위반 행위가 여전하기 때문에 폭넓은 근로감독 시행은 현행 근로기준법하에서도 이미 요구되는 부분이다. 따라서 국가 근로감독 능력의 한계를 이유로 근로기준법 적용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안 그래도 방기하고 있는 국가 책임을 더욱 격렬하게 방기한다는 것으로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국가 행정이 보여야 하는 태도는 ‘할 수 없다’라는 무책임이 아니라 영세사업장 근로감독을 어떻게 실현해 나갈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근로기준법은 1954년 15명 이하 사업장 전면적용 제외를 시작으로 적용범위를 점차 확대했다. 1998년 상시 4명 이하 사업장에 일부 규정을 적용하지 않으면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1998년 이후에 최저임금·퇴직금 등이 5명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되는 변화가 있었으나 상시근로자수 기준 변동에 따른 확대적용은 없었다. 그 결과 5명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 제정 이래로 법을 적용받은 적이 없다고 볼 수 있다.

상시근로자수에 따른 근로기준법 적용제외 역사는 단순히 길게는 60년, 짧게는 10년이라고 말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니다.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이면서도 그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 모든 일하는 사람의 시간이 끝도 없이 담겨 있다. 확대적용을 위한 ‘노력’은 결국에는 근로자의 삶에 가 닿아야만 의미를 갖게 된다. 그 노력의 실체는 근로기준법 적용범위 확대에 있다.

청년유니온 위원장 (tjfrla3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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