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노조활동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MBC 전임 경영진에게 대법원이 유죄를 확정했다. 당시 경영진은 2014년부터 3년여간 9차례에 걸쳐 노조 조합원에 노조탄압을 일삼아 언론노동자의 반발을 샀다.

2014~2017년 조합원 부당전보 반복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12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장겸 전 MBC 사장(현 가짜뉴스·괴담 방지 특별위원회 위원장)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함께 기소된 안광한 전 사장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했다.

이들은 사측과 마찰을 빚던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에게 부당전보 등 불이익을 준 혐의로 기소됐다. 김 전 사장은 대표이사 시절인 2017년 3월10일 MBC 1노조 조합원 9명을 신사업개발센터와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 등으로 보냈다. 안 전 사장은 대표이사를 지내던 2014년 10월27일 당시 보도본부장이던 김 전 사장과 함께 1노조 조합원 28명을 전보조치했다.

2014년부터 3년 가까이 조합원 37명이 부당전보됐다. 당시 경영진은 재판에서 경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법원은 이들의 혐의를 모두 인정해 김 전 사장에게 징역 8개월을, 안 전 사장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다만 형의 집행을 각각 2년간 유예했다.

2심 형량도 같았다. 재판부는 “사회의 ‘워치독’으로 감시자 역할을 해야 할 언론사가 정작 내부 노사관계에서는 기본원칙을 무시하고 부당노동행위를 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판시했다. 하지만 ‘보직 부장에 대한 노조탈퇴 지시 관련’ 혐의는 일부 무죄로 판단했다. 검찰이 공소사실을 충분히 증명하지 못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보직 부장들은 노조법상 노조 참가가 금지되는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해 사업주를 위해 행동하는 자’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며 “노조 운영규약에도 보직관리자가 될 경우 (노조를) 자동 탈퇴처리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었으나 사건 발생 1년여 전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는 것으로 개정된 점 등을 볼 때 피고인들의 부당노동행위 의사에 관한 증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노조·민주당 “김장겸, 당직 경질해야”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에 채증법칙 위반과 심리 미진, 법리 오해의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한편 이날 노조 MBC본부의 민주방송실천위원회 보고서를 찢어 쓰레기통에 버린 혐의(문서손괴) 등으로 기소된 최기화 전 MBC 보도국장(현 EBS 감사)은 벌금 300만원의 원심이 확정됐다.

최 전 국장은 2015년 9월 보도국 회의실에서 자사 보도를 비판하는 내용으로 작성된 노조 보고서를 찢어 부당노동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편집회의 참석자들에게 위원회 간사 전화에 응하지 말라고 보고하도록 한 혐의도 받았다. 1심은 모두 유죄로 판단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지만, 2심은 편집회의 발언을 무죄로 보고 벌금 300만원으로 형량을 낮췄다.

노조 MBC본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김재철-안광한-김장겸으로 이어진 지난 8년은 절대 돌이키고 싶지 않은 MBC 암흑기였다”며 “오로지 정권에 부역하고자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노조를 탄압하는 데 몰두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전 사장과 최기화 전 국장은 지금이라도 과거 잘못을 사죄하고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언론자유대책특별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김 전 사장을 국민의힘 가짜뉴스·괴담 방지 특별위원회 위원장직에서 경질하라고 촉구했다. 위원회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불법 노조탄압으로 유죄가 확정된 만큼 민주주의 정당의 당직을 유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김 전 사장은 입장문을 내고 “이번 판결은 ‘감동 판결’이 아니라 ‘감정 판결’ ‘정치 판결’이다”며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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