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 조합원들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 서울대병원 시계탑 앞에서 연 파업 출정식에서 필수인력 충원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기훈 기자>

국립대병원인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본부장 이향춘) 서울대병원분회와 경북대병원분회가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공공운수노조 2차 공동파업에 맞춰 파업을 예고한 부산지하철노조와 국민건강보험노조는 노사가 이견을 좁히면서 파업을 유보했다.

“국립대병원 공공의료수당 신설하고
보건의료인력기준 마련해야”

서울대병원분회 3천800여명과 경북대병원분회 조합원 2천600여명은 11일 쟁의행위에 나섰다. 파업에 참가한 부서는 병동·원무·채혈·급식 등으로 필수유지업무 비율이 정해진 응급실·중환자실·수술실 정원은 제외됐다. 이날 오전 각 병원 본관 앞에서 이뤄진 파업 돌입 기자회견과 출정식에는 서울대병원분회 조합원 1천여명, 경북대병원분회 조합원 800여명이 참여했다.

핵심 쟁점은 인력충원과 임금인상이다. 국립대병원은 기타 공공기관으로 분류돼 기획재정부의 총액인건비 제한을 받는다. 올해는 인상률이 1.7%다. 하지만 의료연대본부는 감염병 대응에 대한 보상과 안정적인 인력운영을 위해 국립대병원에 공공의료수당 신설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강도와 직결되는 인력부족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다. 의료연대본부의 요구는 근본적으로 보건의료인력기준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국 15개 국립대병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1년 이내에 퇴사한 인원이 1천971명으로 전체 퇴사자의 절반 가까이(42.5%) 된다. 서울대병원분회는 직종·부서별 결원에 따른 대체인력 660명과 부족인력 117명(보라매병원 53명 포함) 충원을 요구하고 있다. 신규 입사자들의 잦은 퇴사로 남은 이들의 노동강도가 높아져 인력충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경북대병원도 2020년 노사 단체교섭으로 합의한 인력 52명이 충원되지 않고 있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지난 3월 취임한 김영태 병원장이 어린이병원 병상을 14개 축소하겠다고 해 공공병원 역할을 후퇴시킨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이향춘 본부장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 앞 기자회견에서 “경북대병원의 2년 미만 신규 간호사의 퇴직률은 70%에 가깝고 민간 사립대와 국립대병원의 임금격차는 날로 벌어져 인력수급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며 “노동자가 안전한 일터와 사람을 살리는 공공의료를 위해 파업에 나선다”고 밝혔다.

“부산지하철노사 안전인력 축소 재검토하기로”

한편 부산지하철노조와 국민건강보험노조는 공공운수노조 2차 동시파업일인 이날 예고했던 파업을 유보했다. 남원철 부산지하철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지난 10일 6시간이 넘는 마라톤 교섭 끝에 안전인력 축소를 재검토하기로 합의했다”며 “직무급제도 노조의 동의를 받아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쪽은 안전·보건관리자 정원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노조는 4조2교대 정착과 차량·승무 분야 부족인력 증원을 요구한 바 있다. 임금인상은 기재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1.7% 인상한다. 조만간 열릴 대의원대회에서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노사도 의견접근에 성공했다. 쟁의권을 획득한 국민건강보험노조는 단체교섭에서 사쪽이 전향적인 안을 내면서 이날부터 예고한 지역별 순환파업을 유보하기로 결정했다. 쟁점인 직무급제와 필수유지업무인력 문제에 대해 노사 이견이 좁혀졌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필수공익사업장이 아니다. 그러나 공단은 최대 절반에 가까운 인력을 필수유지업무인력으로 요구해 왔다. 직무급제 도입과 관련한 노사협의체 구성하자는 사쪽의 제안도 노조의 거센 반발을 샀다. 이성근 국민건강보험노조 정책실장은 “일부 수당 등에 관해 쟁점이 남았지만 노사가 대화를 이어가자는 데 합의해 파업을 유보했다”며 “앞으로 대화가 풀리지 못한다면 파업이 재개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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