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지현 변호사 (금속법률원 울산사무소)

대상판결 : 서울행정법원 2022구합61557 판결

1.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울산지역 도시가스 관리대행업을 하는 각 고객서비스센터(경동도시가스 고객서비스센터) 소속 종사자들이 2014년 10월6일 경동도시가스고객서비스센터분회를 결성했다. 종사자 중 가스 사용량 검침업무를 담당하는 검침원들은 2021년 1월5일부터 2021년 6월18일까지 총 4회에 걸쳐 사용자를 상대로 검침원을 대상으로 한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사용자는 검침원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교섭을 거부했다.

이에 검침원들은 울산지방노동위원회에 사용자의 단체교섭 거부·해태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구제를 신청했다. 울산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 모두 검침원들은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사용자가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은 것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단체교섭 거부·해태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사용자는 이에 불복해 2022년 3월28일 행정소송을 제기했는데, 쟁송과정에서 쟁점은 검침원이 노조법상의 근로자 요건을 충족하는지였다. 사용자측은 검침 업무는 단순 업무로 업무 대체성이 있고, 경영 효율성을 위해 검침 업무를 외부 검침원에게 위탁해 준 것으로, 검침 업무가 도시가스 사업에 필수적인 것만으로 검침원들의 노조법상 근로자 지위가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검침원들이 개인사업자의 지위에서 위탁업무를 수행했기 때문에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은 바 없으며, 검침 및 고지서 송달 실적에 따라 지급받는 수수료를 근로의 대가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2. 판단요지

대상판결은 도시가스 검침원들이 노조법상의 근로자라고 판단하면서 아래와 같은 근거를 제시했다.

① 도시가스 검침업무는 사용자들의 사업수행에 필수적인 업무인데, 검침원들은 사용자들을 통해서만 검침업무를 해 시장에 접근할 수 있고, 사용자들이 사전에 할당한 구역의 검침 업무 및 부수업무만을 수행하기 때문에 홍보·판촉 등의 영업활동을 하지 않을 뿐더러 검침원들의 노력으로 고객 유치나 수입 규모 확대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검침원들이 독립해 자신들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하거나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② 사용자들은 일방적으로 업무 내용 및 수수료를 결정해 검침원들과 위수탁계약서를 작성했고, 검침원들이 개별적으로 협상할 여지가 없어 수용 여부만을 결정할 수 있었다.

③ 검침원들은 1년 단위로 약정을 갱신하나 갱신 시 별도의 심사를 하지 않으며 검침원들의 근로기간이 평균 7년 이상으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약관계가 지속되고 있다. 실제 대부분 검침원은 이 사건 약정을 체결한 특정 사업자로부터 얻는 수입을 주된 소득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 검침원의 노력으로 고객을 유치해 검침이나 송달 업무의 양을 늘림으로써 그 수입의 규모를 확대할 수 없는 상황인 점을 고려하면 검침원이 업무대체를 하더라도 이는 근로자가 연차휴가나 병가를 사용하는 것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④ 검침원들은 업무수행의 대가를 고객으로부터 직접 받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들로부터 1개월의 기간을 정해 사후에 정기적으로 정산해 지급받으며, 순수 개인사업자(자영업자)의 주요 징표인 자신을 위한 독자적인 홍보와 특별한 영업 기술과 노하우 등 독자적인 경영기법을 활용한 사례는 찾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할 때, 검침수수료는 검침원의 노무제공량에 비례하고 노동의 양과 질을 객관적으로 평가한 것이라 노조법 2조1호의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해당한다.

⑤ 검침원들의 검침 구역이 사전에 정해져 있는 가운데, ㉠ 사용들이 제공한 정형화된 각종 업무지침, 매뉴얼 등을 준수해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점 ㉡ 검침원들은 사용자들과 경동도시가스 사이에 체결된 위탁계약에 따라 업무수행 시 반드시 정해진 근무복과 명찰을 착용하는 등으로 신분을 증명해야 하는 점 ㉢ 검침대상에 따라 매월 검침 차수가 3차로 구분되어 있고 고지서 발송 등 업무수행 시기가 사전에 정해져 있는 점 ㉣ 경동도시가스와 사용자들은 검침 실적을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실적이 저조한 경우 문자메시지, 밴드(소통 앱) 등을 통해 수시로 독려하는 점 ㉤ 검침 오류 등으로 인한 민원 등에 대해 고객으로부터 사용자들이 직접 책임지는 점 ㉥ 이러한 검침 오류나 민원 발생 등에 대해 사용자들의 직원이 해당 검침원을 직접 면담해 주의를 촉구하고 교육하는 한편, 사용자들은 검침원이 재발방지 대책을 수기로 기록해 서명한 시정조치서를 발부하고 페널티를 적용하는 점 ㉦ 사용자들은 검침원들이 원고들이 정한 업무매뉴얼을 위반하는 등의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점 등 검침원과 사용자들 사이에는 어느 정도의 지휘·감독도 인정된다고 볼 수 있다.

3.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카마스터(차량 판매 영업사원)들의 노조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2019. 6. 13. 선고 2019두33712 판결)에서 설시한 기준에 따라 검침원들의 노조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했다. 지휘·감독 여부, 지속적·전속적 법률관계의 존부는 기존 대법원 판결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유의미한 차이점이 있다면 위수탁 업무의 성질을 검침원의 독립사업자성 판단 기준으로 고려한 점이다. 사용자측이 사업상 필수적인 업무인 검침업무를 위탁했을 때, 검침이라는 업무 자체의 성질과 내용상 검침원이 독자적으로 영업을 해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독립사업자로서의 징표가 없다고 판단한 점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상판결의 이러한 관점은 특정 사용자에 대한 소득의존성과 노무대가성을 판단할 때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검침원들의 노력으로 고객을 유치해 검침업무의 양을 늘려 사업을 확대할 수 없기 때문에 근로대체가 이뤄진다 해도 결과적으로는 다른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연차휴가나 병가를 사용하는 것과 같다는 논리로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노무제공의 대가성 판단도, 독자적인 홍보·특별한 영업기술과 노하우 등 독자적인 경영기법을 활용해 수익을 확대하는 사정이 없이 사용자에게 검침이라는 ‘단순노무’만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사용자와 사용종속관계에서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대상 판결이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대상 판결의 입장을 반대로 해석한다면 사용자가 외주위탁한 업무가 ① 사용자의 사업에 있어 필수적인 내용에 해당하지 않거나 ② 단순 반복적인 업무가 아니고 ③ 근로자의 노력으로 고객 유치나 수입 규모 확대가 이루어지는 등으로 독립사업자성 요소가 존재하며 ④ 위탁업무로 인해 얻은 대가가 독자적 영업활동으로 변동될 수 있다면, 노조법상의 근로자성 여부 판단이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