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문화재청>

문화재청 지역문화재연구소의 재해율이 국내 평균보다 높은데도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설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재청이 해당 연구소 간 거리가 멀고 운영이 독립적이라며 개별 사업장으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산재 관리 사각지대를 방치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8곳 사업장 따로 보고 300명 넘은 2곳만 산안위 운영

6일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원과 지역문화재연구소의 산업안전보건위 설치 현황을 분석한 결과 본청에 해당하는 국립문화재연구원은 상시근로자 311명으로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설치했다.

그러나 국립문화재연구원의 지역분원에 해당하는 국립 경주문화재연구소를 비롯해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국립중원문화재연구소·국립서울문화재연구소·국립완주문화재연구소 가운데 산업안전보건위를 설치한 곳은 상시근로자수가 340명인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한 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6곳은 상시노동자수가 100명에 미달해 산업안전보건법상 설치 의무가 없다는 설명이다. 같은법 시행령 34조에 따르면 연구개발업은 상시노동자수 100명 미만이면 산업안전보건위를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이들 6곳은 현재 상시노동자수 50명 이상이라 안전관리를 위탁운영하고 있다.

강화문화재연구소 비롯 미설치 6곳 중 3곳서 지난해 사고

그러나 상시노동자수가 적다고 재해가 비껴가진 않았다. 류호정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산업안전보건위가 없는 지역문화재연구소 6곳 가운데 3곳에서 산재가 발생했다. 특히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는 지난해 재해율이 7.69%에 달했다. 국립완주문화재연구소 2.17%,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1.85%다. 2022년 기준 재해율 0.65%를 훨씬 웃돈다.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도 2021년과 2019년 각각 재해율 2.04%를 기록했다. 국립문화재연구원과 지역문화재연구소를 통합한 산업안전관리 필요성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본원과 분원 7곳을 합하면 상시노동자수 993명으로 산업안전보건위 설치 기준에 부합한다.

게다가 문화재청은 이미 국립문화재연구원의 통합관리 가능성을 타진한 전적도 있다. 문화재청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둔 2021년 12월 고용노동부에 국립문화재연구원과 8개 연구소, 그리고 궁능유적본부의 4대궁·종묘·유적관리소·지구관리소 같은 기관을 하나의 사업장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를 질의하기도 했다. 당시 문화재청은 노동부 2차례 질의회신과 자체 노무법인 자문을 거쳐 궁능유적본부를 하나의 사업장으로 분류하고 안전관리체계를 통합했지만 국립문화재연구원은 방치한 셈이다.

유사운영 궁능유적본부는 통합, 문화재연구원은 방치

당시 문화재청이 노동부에 보낸 질의 내용은 최근 문화재청의 입장과도 배치돼 논란이다. 2021년께 문화재청은 국립문화재연구원과 궁능유적본부는 각각 회계와 인사를 책임운영기관이 통합 운용하고 있고, 소속기관이 모두 동일한 업무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류호정 의원의 질의에 대한 회신에서 문화재청은 국립문화재연구원과 궁능유적본부는 다르다고 강변했다. 문화재청은 두 기관이 인사·노무관리·회계의 독립적 운영과 조직운영의 독자성 등에 대해 궁능유적본부는 종속된 반면 국립문화재연구원은 독립돼 있다고 답변했다.

자문보고서에서는 “장소 다르다고 독자 운영 용인 안 돼”

지역연구소 산안위 미설치와 관련해 문화재청은 기관 간 거리를 가장 큰 이유로 들고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사업장이 서울·경기에 집중된 궁능유적본부와 달리 국립문화재연구원은 기관 간 거리가 최대 242킬로미터에 달해 단일한 산업안전보건위를 설치하면 출장 등 행정비용 낭비가 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주장은 지난해 4월 궁능유적본부를 최종적으로 하나의 사업장으로 본 노무법인 자문의견과 배치된다. 당시 문화재청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컨설팅을 맡은 노무법인은 “장소적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고 산업안전보건법상 노사협의체 등을 개별적으로 개최하더라도 하부조직의 안전·보건 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일 뿐 이를 근거로 하부조직을 개별 사업장으로 판단해 안전·보건관리체계를 독자적으로 운영해야 하는 것으로 보긴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류호정 의원은 실질적인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당부했다. 그는 “궁능유적본부와 각 사업소는 산업안전보건법상 하나의 사업장으로 봐 산업안전 체계를 갖췄다”며 “유사한 국립문화재연구원도 하나의 사업장으로 보고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해 기관 내 통일적 운영으로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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