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인혜 안전관리 노동자

3천명. 올해 현대중공업에 들어오기로 한 이주노동자 규모다.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까지 더하면 그 수는 1만여명에 육박한다. 앞으로 계획된 유입 인원까지 합치면 3만여명 이상이 조선소로 올 예정이라 한다. 정부는 인력난을 겪고 있는 조선업계의 요청에 따라, 조선업에 종사할 이주노동자 쿼터를 대폭 늘렸다.

이렇게 들어온 이주노동자들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내국인 작업자와 의사소통이 안 되다 보니 용접이나 배관·제관 같은 작업에서 팀워크가 좋지 않은 문제를 안고 있다. 심지어 노동자라면 마땅히 누려야 할 안전권 또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재작년과 지난해 연이어 발생한 중대재해로 현대중공업은 안전보건조치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과거에 비한다면 개선된 편이지만, 고질적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다.

생산일정 중심의 업무 문화, ‘까라면 까는’ 원·하청 관계, 재해를 유발하는 상하 동시작업은 여전하다. 다단계 하청 때문에 업체 간 연락망 구축도 미흡하다. 혼재작업이 계속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안전교육이라도 제대로 하면 낫지만, 하청사 자체 안전교육은 부실하게 진행되고 있다. 생산 일정이 급하니 우천 등으로 작업이 어려운 날에나 실시하고 있다. 그조차도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영상자료가 필요한 교육임에도 영상을 틀 장소가 없어 그냥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언어까지 잘 통하지 않는 이주노동자들은 더욱 위험에 노출됐다. 언어 맞춤형 안전교육은 미흡하다. 이주노동자들이 안전교육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해 위험한 환경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심지어 투입 공정과 밀접한 하청사 자체 안전교육을 내국인 노동자와 함께 듣고 있는 실정이다. 안전점검회의(TBM·Tool Box Meeting) 역시 한국어 위주로 진행되면서 이주노동자들은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이로 인해 휴먼에러에 따른 사고 위험이 클 수밖에 없다.

이주 여성노동자들이 많이 투입되는 도장공정도 예외는 아니다. 도장작업은 페인트 때문에 피부질환과 호흡기 질환에 노출되기 쉬운 대표적인 작업이다. 하지만 현장에 비치된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는 한국어로 된 자료만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안전교육 역시 한국어로만 진행되고 있다. 결국 도장작업으로 질환에 걸려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주노동자 중 일부는 브로커를 끼고 국내에 입국하고 있다. 브로커에게 우리 돈으로 작게는 천만원, 많게는 이천만원씩 지불하고 들어오고 있다. 그런데다 파견 기한은 2년이고, 개별 업체와는 1년씩 계약하고 있다. 당연히 주말과 공휴일을 반납해야 브로커 비용을 갚으며 가족들에게 돈을 보낼 수 있다.

이는 근골격계 질환에 노출되기 쉬운 상태를 만든다. 또한 근골격계 질환에 걸리더라도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한다. 질환 사실을 숨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작업방법과 절차를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주노동자들의 안전은 정말 열악하다.

현대중공업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모국어 안전교육을 준비하고 있다. 진즉 준비해야 했던 일이다. 현대중공업은 2021년 발간한 ‘안전·보건·환경 경영계획 보고서’에서 공정안전보고서 등급을 현행 M+(보통)에서 S등급(상급)으로 올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주노동자 안전교육이 미흡하니 M+등급 유지부터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비단 현대중공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도 피해갈 수 없는 문제다.

조선소 인력난에는 이유가 있다. 저임금과 안전보건관리 문제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주노동자까지 들였으면 ‘일은 힘들어도 안전한 일터였다’는 인식을 줘야 한다. 하지만 지금 조선소의 안전보건은 이주노동자조차도 조선소를 꺼리게 만들고 있다. 조선소가 ‘위험한 일자리’가 아니라, ‘안전한 일자리’가 되길 바란다.

안전관리 노동자 (heine030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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