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화재 이후 법인이 청산하면서 갈 곳을 잃은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노동자들이 삼성그룹에 국제기준에 따른 개입을 요구했다.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와 민주노총 삼성그룹사 노동조합 대표단 등은 5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벌어진 노동기본권·인권침해 사안을 최상층에 위치한 대기업이 조사하고 해결할 것을 공급망 실사제도로 못 박았다”며 “삼성그룹은 국제기준에 따라 한국옵티칼 노동자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옵티칼은 일본 닛토덴코그룹의 한국 자회사 중 하나다. LCD 편광필름을 생산해 주로 LG디스플레이에 납품하는 구미공장이 지난해 10월4일 화재로 전소한 뒤 같은해 11월4일 법인 청산을 결정했다. 당시 생산하던 물량은 닛토덴코그룹의 또 다른 한국 자회사인 한국니토옵티칼로 옮겼다. 한국니토옵티칼은 삼성디스플레이에 LCD 편광필름을 납품하는 평택공장을 갖고 있다.

지회는 한국니토옵티칼이 LG디스플레이 납품 물량을 가져올 수 있었던 데는 삼성그룹의 용인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삼성그룹이 경쟁사인 LG 물량 생산을 용인하지 않았다면 한국옵티칼의 생산물량이 한국니토옵티칼로 갈 수 없었을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삼성그룹의 용인으로 한국옵티칼은 쉽게 청산작업을 할 수 있었다”고 비판했다.

지회는 한국옵티칼의 화재 뒤 청산은 외국자본의 ‘먹튀’라고 비판했다. 공장을 운영하면서 법인세 절감과 공장부지 무상임대 같은 혜택을 받고 영업이익을 배당 등 방식으로 일본으로 전달해 온 한국옵티칼이 화재 뒤 화재보험금으로 공장을 다시 세울 수 있음에도 보험금만 편취한 채 법인을 청산해 버렸다는 것이다. 공장 재건과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노동자 13명은 이날로 256일째 구미공장에서 농성 중이다. 한국옵티칼은 농성 중인 노동자의 재산 등 4억원을 가압류를 신청하고, 단수도 강행했다.

노동자들은 농성과 함께 한국옵티칼을 규탄하는 선전전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들은 닛토덴코 그룹이 위치한 일본 현지에서의 원정 투쟁을 강화하고, 닛토덴코그룹이 후원하는 국제적인 스포츠행사인 니토 ATP 테니스대회에도 투쟁 현실을 알리는 선전전을 펼치기로 했다. 이달 중으로 과거 한진중공업 희망버스와 유사한 집회도 개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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