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트산업노조

지난 6월 코스트코 하남점 주차장에서 카트 정리업무를 하던 고 김동호(31)씨가 사망한 지 108일이 지났지만 코스트코 노동자들은 노동조건 개선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마트산업노조(위원장 정민정)는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민주당 소속 환경노동위원회 의원들이 함께 5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노조는 지난달 8일부터 17일까지 온라인을 통해 코스트코 19개 지점에서 일하는 노동자 40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 중 캐셔가 153명으로 가장 많았고, 진열·베이커리·주차관리 등 8개 직종에 골고루 분포됐다.

김동호씨는 하루 4만3천보를 걸으며 10시간씩 카트를 정리했다. 사망일 하남시의 낮 기온은 35도에 육박할 정도로 무더웠으나 에어컨 가동시간은 하루 중 일부에 불과했다. 김씨의 사인은 온열에 의한 과도한 탈수와 폐색전증이었다. 노조는 김씨가 숨진 뒤 인력충원, 냉방장치 설치, 휴게시간 보장 등의 대책을 요구했다.

그런데 조사 결과 사고 이후 개선 사항은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혹서기 휴식시간이 연장됐는지 묻는 질문에는 76.6%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노동강도 역시 그대로였다. 회사 규정에 따라 카트를 한 번에 적정량인 6개씩 옮기도록 관리·감독하는지에 대해서도 68.4%가 부정적으로 답했다. 2명 중 1명꼴인 53.7%는 “회사가 온열질환 예방 지침을 안내하지 않는다”는 답을 골랐다. 90.5%의 노동자는 “이번 사건에 대해 회사가 반성하고 책임지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고 답했다.

노동자들은 노동환경 개선 대책으로 매장 인력충원을 가장 많이 꼽았다. 10명 중 7명꼴인 70.9%의 응답자가 “매장 정규인력 충원”이라는 답(복수응답)을 골랐다. 임금 향상(49.75%)보다 훨씬 많다.

정민정 위원장은 “산재 사망사고가 있고도 코스트코에서는 고강도 노동이 이뤄지고 있고 코스트코는 사과도 반성도 개선 의지도 없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정부와 국회가 나서 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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