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자동차 엔진부품 생산업체 유성기업 주조공장에서 20년 넘게 일하다가 1급 발암물질인 석영 등 각종 유해물질에 노출돼 위암에 걸린 노동자가 업무상질병을 인정받았다. 2011년 사측의 공격적 직장폐쇄 이후 지속된 노조탄압 과정에서 노조간부로 활동하며 겪은 스트레스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됐다.

5일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에 따르면 근로복지공단 서울남부질병판정위원회는 유성기업 영동공장에서 근무하다 위암에 걸린 김아무개(50)씨에 대한 산재 심의를 지난달 열어 위원 7명 중 6명이 일치된 의견으로 위암과 업무 간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했다.

김씨는 2000년 7월부터 유성기업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9월 위암 진단을 받고 같은 해 11월 수술을 받았다. 김씨는 20년 넘게 주조2공장 절단공정에서 일했다. 전기로에서 선철·합금철을 녹여 용해된 쇳물을 금형에 부은 뒤 원통형 소재를 규격에 맞게 절단하는 작업을 담당했다. 김씨는 작업현장에서 국소배기장치 노후화로 가스 등이 잘 배출되지 않아 석영·유리규산·산화 철·흄 등에 노출됐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2018년 상반기~2023년 하반기 작업환경측정 결과 산화철 분진과 흄, 유리규산 등이 검출됐다.

질병판정위는 “2017년 작업환경측정 결과에서 석영이 기준치를 초과했던 점, 장기간 종사하면서 일정 수준 이상의 유해물질에 노출됐을 것으로 판단되는 점, 호발 연령보다 이른 연령에서 발병한 점, 해당 사업장은 노조 관련으로 보통의 사업장과는 다른 고강도 스트레스에 노출됐을 것으로 판단되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김씨는 2011년 직장폐쇄 이후 사측이 고용한 용역이 ‘대포차’로 돌진해 부상을 당했던 조합원 13명 중 1명이기도 하다. 김씨는 당시 얼굴이 함몰되는 사고를 당했다. 김씨는 2011년부터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간부로 활동했고, 2019년에는 부지회장을 맡기도 했다. 노조탄압이 지속된 10년간 노조활동을 하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지부는 “사업주의 불법적이고 부당한 노조파괴는 노동자들의 정신건강뿐만 아니라 신체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판정결과를 통해 확인됐다”며 “주물공장에 발생하는 석영이 폐암뿐만 아니라 위암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지부에 따르면 유성기업에서 노조탄압에 따른 PTSD·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을 겪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받은 경우만 9명이다. 2016년 3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한광호씨도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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