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6일 국회 본회의가 열린다. 2022년 7월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으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이 상정됐지만, 올해 2월에서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했다.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논의조차 하지 않았고, 3개월 후인 5월24일에 환노위에서 본회의 직회부를 의결했다. 6월30일 국회 본회의 부의 투표가 가결됐다. 그런데 7월 국회에서도, 8월 국회에서도, 그리고 9월 국회에서도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되지 못했다. 10월6일 열리는 본회의에서도 통과되지 못하면 아마도 국정감사와 예산심의 등으로 11월 말이나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수 있을 것이다.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된 지 1년이 지났다. 그러나 노조법 2·3조 개정은 지난 1년 동안만 논의된 것이 아니다. 2003년 배달호 열사가 손해배상·가압류로 목숨을 끊은 후, 손배를 없애려는 운동이 있었다. 정리해고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무지막지한 국가폭력과 손배를 당한 쌍용자동차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노란봉투운동도 있었다. 2000년 이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계약해지를 당하거나 업체 폐업으로 거리에 내몰렸다. 그래서 진짜 사장이 부당노동행위의 당사자이며, 교섭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20여년 동안 외쳤다.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지난 20여년간 투쟁의 산물이다.

그런데 국회의 마지막 문턱에서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하청노동자의 노동조건에 대한 권한만 갖고 책임은 지지 않으려는 재벌 대기업의 편을 노골적으로 들고 있다. 재벌 대기업과 만나 그들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힘을 다하면서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듣는 척도 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은 수차례 노조법 2·3조 개정안 통과를 공언했지만 그들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뒤로 미룬다. 이런 국회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통과되는 것은 힘든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든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를 위해 싸워온 지난 20여년의 투쟁이 있기에 여기에서 멈출 수는 없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노조법 개정안의 본회의 상정을 막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국회에서 통과시킨 법안이 번번이 대통령 거부권으로 무산되는 상황에서, 국회의 입법권을 지키려면 쟁점 법안에 대해 여야가 합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환노위 통과 과정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처음의 안보다 한참 후퇴했다. 그런데 국민의힘의 주장을 받아들여 그것보다 더 후퇴시키라는 말인가. 혹은 합의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을 테니, ‘여야 합의’를 명분으로 시간만 끌려는 것인가. 정말로 국회의장이 국회의 입법권을 지키고자 한다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맞서 싸워야지, 시간끌기를 하거나 법안의 후퇴를 종용하는 것은 안 될 일이다.

물론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공언하고 있기에, 국회를 통과한 법안이 다시 돌아올 수도 있다. 조건이 좋지 않다고 해서 한걸음 한걸음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면, 노조할 권리는 노동자들이 것이 될 수 없다.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노동 3권을 보장한 헌법에 부합하며, 이미 법원은 노조법 2·3조 개정안과 같은 내용으로 진짜 사장의 교섭 책임과 손배 제한을 판결하고 있다. ILO 기본협약을 비준한 한국 정부는 ILO의 권고에 맞게 국내법을 개정할 책임도 있다. 그러므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은 그 자체로 온당하지 않다. 그러니 지난 20여년간의 투쟁이 그러했듯, 대통령의 거부권에 맞닥뜨리면 다시 그에 맞서 싸우면 될 일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그 이유는 오직 하나, 재벌들의 소원 수리에 나서는 정부의 정책 방향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도 이 정부는 ‘킬러규제 완화’라는 이름으로 노동자와 시민들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면서 기업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다. 노동자들의 삶의 보루인 노조를 억압하고 있다. 정부가 재벌 중심의 정책을 강화하고 노동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지금, 노동자들은 더더욱 ‘노조할 권리’를 통해 전체 노동자들의 삶과 노동조건을 지켜야 한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노조법 2·3조 개정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work21@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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