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산업인력공단노조

한국산업인력공단이 국가자격시험 답안지 파쇄사고 이후 혁신안으로 ‘주말 근무’를 내놨다. 노조는 ‘근로조건 개악’이라고 반발하며 근본적 해결을 위해 인력·예산을 확충하라고 촉구했다.

4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공단 국가자격운영혁신TF는 최근 국가자격시험 답안지 파쇄사고 관련 혁신안에 대해 권역별 순회 설명회를 진행했다. TF 혁신안 핵심은 주말시험에 맞춰 근무일을 기존 월~금요일에서 화~토요일로 변경하겠다는 내용이다. 주휴일은 기존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바뀐다.

지난 5월 공단에선 국가자격시험에 응시한 609명의 답안지를 누락·파쇄한 사고가 발생했다. 고용노동부는 같은달 특정감사를 벌였는데, 그 결과 2020년 이후 최소 7차례 유사한 사고가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노동부는 감사에서 확인된 제도·운영상 미비점을 개선토록 공단에 통보했고, 공단 사측은 TF를 구성했다.

“직원 희생만 강요, 핵심은 인력 부족”

한국산업인력공단노조(위원장 이주형)는 직원들의 희생만 강요한다며 규탄하고 있다. 현재 주말시험인 경우 추가 근무로 휴일수당을 받아서 자격검증을 한다. 휴일수당 예산이 한정된 탓에 하위 직급 직원들만 나가고 있다는 게 노조 설명이다. 근무일을 화~토요일로 바꾸면 인건비 부담이 줄어든다.

노조 관계자는 “혁신안 원안은 수~일요일 근무였다”며 “노조가 반발하니 한걸음 물러섰지만 수정안도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월요일 근무를 토요일 근무로 1:1 등가교환할 수 없다”며 “근로기준법에서 주말근무는 통상임금의 150%를 가산하는데 사측은 임금인상 등 보상 대책 없이 근무일 변경만을 주장한다. 결국 주말을 잃고 일은 일대로 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핵심 원인인 인력·예산 부족이 해결되지 않으니 편법을 쓰고 있다고 노조는 주장한다. 노동부는 공단을 감사한 결과 유사한 문제가 반복된 배경 중 하나로 인력·예산 부족을 꼽았다. 공단 정규직 인원이 적어 퇴직자를 시험관리위원으로 지정하거나 답안지를 옮기는 과정을 전부 외주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감사서 인력 부족 지적했는데, 내년 증원은 ‘0명’

내년도 공단 증원 인력은 0명이다. 공단이 지난 6월 ‘2024년도 예산 수반 공공기관 정기 증원’에서 관련 인력 92명 충원을 요구했으나 기획재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니 피상적 조치만 나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노조는 이날 오후 혁신안 폐기를 주장하며 정부세종청사 노동부 앞에서 ‘자격혁신안 독소조항 철폐, 대국민 신뢰회복을 위한, TF혁신안 폐기를 위한 조합원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이주형 위원장은 “주관부처인 노동부는 그간 공단의 예산, 인력, 인프라 요청에 적극 화답하지 않다가 사고가 터지고 나서야 자격혁신TF를 방패 삼아 모든 잘못을 우리 공단 조합원들에게 돌리고 자격혁신안에 갖가지 독소조항을 삽입했다”고 비판했다.

혁신안 적용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취업규칙을 개정해야 하는데, 이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해당해 노조 동의를 받아야 한다. 혁신안은 공식 발표되지 않았다. TF 활동 기한은 지난달 30일까지였으나 최근 별도 명령시까지 연장됐다. 공단 이사장 공백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공단 관계자는 “(화~토요일 근무는) 다양한 방안 중 하나”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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