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권 공인노무사(금속노조 법률원 호남사무소)

대법원이 지난해 7월 포스코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원청 포스코 소속 노동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뒤 다수의 사내협력업체 노동자들이 금속노조에 추가로 가입했다. 포스코를 상대로 근로자지위 확인소송을 제기했다.

자본도 대응에 나섰다. 동후, 포에이스, 포스플레이트, 창영산업…. 최근에 내가 금속노조(조합원)를 대리해 부당노동행위 등 구제신청 사건을 진행했거나 진행 중인 회사들이다. 모두 원청 포스코의 사내협력업체들인데, 마치 유행처럼 부당노동행위를 하고 있다.

한 사내협력업체는 조합원이 보안규정을 위반해 소송에 사용할 증거를 수집했다는 이유로 그를 무리하게 징계해고했다. 노동위원회에서 당연하게도 부당징계를 인정하자, 업체도 구제명령에 따라 조합원을 원직복직 시켰다. 그런데 포스코는 ‘제철소 보안기준’ 위반을 이유로 해당 조합원에게 ‘영구출입금지’ 조치를 내렸다.

해당 업체는 하도 존재감이 없어서 나는 이 사건 피신청인이 포스코인지를 계속해서 헷갈리지 않을 수 없었다. 징계 혐의를 확인한 주체가 원청이고, 징계 사유도 원청을 상대로 한 소송 증거를 수집하면서 원청 보안기준을 위반했다는 것이고, 복직을 실질적으로 거부한 주체도 원청이기 때문이다.

다른 업체는 지난해 대법원 판결 이후 ‘파트장’ 직책자들 중 일부가 금속노조에 가입하자 이들 조합원 전원을 보직해임하고는 새로 신설한 ‘현장대리인’ 직책을 전원 비조합원으로만 보임했다. 적나라한 차별이어서 부당노동행위가 인정된 것은 당연했다. 그런데 업체 대표가 형사처벌 위험까지 감수해 가며 차별에 열을 올렸던 이유는 무엇일까? ‘파트장(현장대리인)’은 포스코 소속 노동자들로부터 ‘직접’ 업무지시를 받기 때문에 근로자지위 확인소송에 필요한 증거를 수집할 수 있는 이들이다. 해당 업체는 조합원들의 증거수집 활동을 차단하는 데 가장 확실한 수단을 취한 셈이다.

또 다른 업체는 수개월 간 노조의 쟁의조정 신청, 쟁의행위 찬반투표, 쟁의행위 등 단체교섭 및 단체행동권 행사 전반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가 지노위에서 부당노동행위 판정을 받았다. 게다가 최근 파업 참가 조합원들이 불리한 고과를 받도록 인사평가제도를 변경해 비조합원보다 조합원에게 불리하게 승진 및 임금상 차별을 가하고 있다.

이 업체가 이렇게까지 파업을 혐오하고 비난한 이유는 “원청사는 우리의 협력계약을 언제라도 다른 회사로 변경 가능” “쟁의행위는 여러분의 실직과 회사의 공중분해를 의미”라고 주장하는 등 조합원들에게 파업 찬반투표 부결을 선동한 내용에서 확인된다. 다름 아닌 ‘원청’이 문제라는 것이다.

이쯤 되면 사내협력업체들은 실질적으로 원청 포스코의 노무리스크 해소를 위한 원청 인사부서의 하위 조직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노동위원회는 적어도 하청업체를 대상으로 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사건에서, 원청에 대한 소송과 관련해 복수 하청업체들의 부당노동행위가 시기적으로 집중· 반복되고 있는 사정을 필수적으로 고려해 부당노동행위 성립을 적극 인정할 필요가 있다. 원청 부당노동행위가 인정된 현대중공업·현대위아 사건처럼 원청의 개입이 외견상 노골적인 경우는 그리 흔치 않다.

수사기관도 적극적 수사를 통해 하청업체 부당노동행위가 엄벌에 처해질 수 있도록 하고, 그 과정에서 원청의 개입 여부를 철저히 밝혀야 할 것이다. 안타깝게도 현 정부에서 이를 기대하기란 요원해 보인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