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실제로 건축주인데도 노동자라며 허위로 산재를 신청해 보험급여를 타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건설사 현장소장에게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했다. 검찰은 외관상 보험급여 신청 내역을 보고 근로자성을 부정했지만, 법원이 이를 바로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펜션 공사장서 추락, 보험급여 1억원 지급
검찰 “실제는 건축주, 거짓으로 급여 타 내”

3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산재보험법) 위반과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건설사 현장소장 A씨에게 최근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검찰에 따르면 주택개발사업을 하던 A씨는 펜션 6개동을 신축하는 과정에서 은행 대출을 위해 일부 동을 건설사 대표 B씨와 전기공사업체 대표 C씨 명의로 건축하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A씨가 2017년 6월 C씨가 건축주로 돼 있는 F동 3층에서 방수공사를 점검하다가 추락해 골절상을 입었다.

건설사 대표 B씨는 A씨가 C씨의 현장소장으로 고용돼 일하던 중 재해를 입었다며 요양급여와 휴업급여를 근로복지공단에 신청했다. C씨는 보험급여 신청서 ‘사업주’란에 A씨는 ‘신청인’란에 각각 서명을 했다. 하지만 검찰은 “A씨가 F동 실제 건축주이며, 신축공사를 담당한 건설사나 C씨에게 고용된 사실이 없었다”며 A씨를 기소했다.

검찰은 A씨가 B·C씨와 공모해 공단을 기망하고 보험급여 1억1천여만원을 타냈다는 혐의를 적용했다. 산재보험법에 따르면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은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A씨측은 “건설사 현장소장으로 근무하던 중 재해를 입고 요양급여와 휴업급여를 신청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1심은 산재보험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A씨에게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A씨가 건설사 노동자로 주장하면서도 보험급여 신청서에는 사업주를 C씨로 기재한 점을 근거로 허위라고 판단했다.

2심 “현장소장 역할 수행, 산재신청 정당”

그러나 2심은 1심을 뒤집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가 건설사 노동자가 맞다는 판단에서다. 재판부는 “A씨가 펜션 F동의 건축주 지위를 겸하고 있었다는 사정이 근로자성 인정에 방해가 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실제 A씨는 2017년 1~6월 현장소장을 맡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건설사 대표 B씨는 재판에서 “A씨에게 현장관리를 일부 맡겼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명의상 건축주인 C씨도 수사기관에서 “A씨가 현장소장 역할을 담당한 것은 맞다”고 말했다.

A씨가 B씨에게 매달 250만원을 고정적으로 받은 점도 무죄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B씨는 A씨 요청에 따라 생활비 명목으로 지급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돈이 지급된 기간이 현장소장 수행 기간과 일치한다”며 “아무런 대가 없이 단순히 생활비 명목으로 지급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근로의 대가를 받고 현장소장으로 일한 이상 근로계약서가 체결되지 않았더라도 근로자성은 인정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A씨가 실제 현장소장으로서 근로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재해를 입어 보험급여를 신청한 이상 ‘건설사 또는 C씨에 고용된 사실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허위로 ’보험급여를 신청함으로써 공단을 기망해 부정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