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아름 공인노무사(서비스연맹 법률원)

A씨는 스키장에서 일한다, 최근 몇 년간 코로나19로 고객의 발길이 뜸했지만, 상황이 완화되자 고객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몰려왔다. 문제는 스키장은 언제나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었다. 심지어 당초 빠듯하게 계획한 인력충원 계획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자 A씨의 상사는 A씨에게 일단 연장근로를 하라고 지시하면서 기존과 같이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할 것을 약속했다. 상사는 실제 A씨가 올린 연장근로수당 청구를 그대로 승인했다.

그러나 회사는 그 지급을 거부했다. 먼저 회사는 A씨에게 연장근로 사실을 증명하라고 했다. 아울러 A씨가 주 52시간을 초과해 근무했다는 것을 두고 사내 절차 위반에 해당한다며 징계를 예고해 왔다. 징계까지 예고된 상황에서 A씨는 노동청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다행인 점은 상사의 연장근로 지시는 통화로 이뤄져 녹음이 됐다는 것이다. 현재 법리는 연장근로수당 지급 의무를 판단할 때 회사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연장근로 지시가 있었는지를 주요하게 보고 있는데, 적어도 이에 대한 입증은 된 것이었다.

그런데 노동청은 상사가 ‘일단은 연장근로를 하라’고 한 대목에서 ‘일단’에 주목했다. 상사는 그 기간을 제한한 바 없으며, 기존에 A씨는 개장 기간 전부에 대해 연장근로수당을 받아 왔다. 그런데도 노동청은 시즌이 시작된 시점부터 계획대로 인력이 충원될 시점까지 단 며칠간 수행된 연장근로만 수당이 발생한다고 봤다. 설사 나머지 기간에 대해 명시적인 연장근로 지시가 없었더라도 최소한 사후적인 승인이 있었다고 봄이 타당했다. A씨의 출퇴근 기록이 남아있고, 업무일지가 확인됐다. 이러한 업무일지는 매일 팀장이 확인하고 서명을 하는 시스템이었다는 점에서 그 신뢰성을 의심할 여지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노동청은 지극히 소극적으로 판단했다. 노동청의 판단은 결국 연장근로에 대한 지시 내지는 그 필요성 입증을 오로지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셈이었다.

도대체 노동자가 어디까지 입증해야하는 것인가? 애초에 노동자가 연장근로 지시가 있었다는 점을 입증하기는 용이하지 않다. 업무특성상 누가 명시적으로 지시하지 않았더라도 연장근로를 수행해야만 하는 경우도 있다. 설령 명시적인 연장근로 지시가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업무상 지시, 특히 연장근로 지시는 구두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상황이 이러하기에 노동자가 연장근로 지시에 대한 객관적인 입증을 하기란 여간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에도 노동자가 입증자료를 확보했다면 이는 최대한 존중돼야만 한다. 노동자가 최소한의 입증을 했다면 적어도 그때부터는 사용자가 입증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형평에 맞다. 애초에 시스템적인 측면을 고려하더라도 개별노동자가 이를 입증하는 것보다 회사가 이를 입증하는 것이 훨씬 쉽다. 따라서 사건 처리의 신속성 측면에서도 회사가 연장근로 수령을 명시적으로 거부했다는 등 사실 입증을 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도 여전히 그에 대한 입증책임을 노동자가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그 자체로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공평하지 않은 처사다.

일각에서는 노동자가 연장근로 시스템을 악용한 사례를 들먹이며 연장근로에 대한 입증책임을 노동자가 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연장근로가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악용하는 경우와, 명시적인 지시가 없다고 하더라도 불가피하게 연장근로를 수행해야만 하는 경우 중 무엇이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할 것인가? 장담컨대 결코 전자일 수는 없다.

연장근로는 노동자가 소정근로 이상으로 자신의 삶을 희생하는 것이며, 그 대가를 받는 것은 당연한 권리다. 그럼에도 노동청은 여전히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판단을 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자가 그 권리를 보장받지 못할 때 가장 먼저 기댈 수 있는 기관은 다름 아닌 바로 노동청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 이상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태도가 용인돼서는 안 된다. 노동청은 보다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판단을 행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그와 같은 판단이 이뤄질 때 비로소 신속한 노동자 권리 구제가 실현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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