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진희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연구위원

맞벌이 가구는 늘고, 늙어가는 속도는 빨라지는 등 인구와 가구 구조가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가구 내 비시장 노동을 대신하는 가사서비스도 활성화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사서비스 결제금액은 2017년 기준 7조5천억원에서 2019년에는 2017년보다 214%가 증가했다고 한다(2022 서울연구원). 가사서비스에 대한 결제금액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간 일부 계층에서만 이용됐던 가사서비스가 사회구조적 변화와 맞물려 보편적 서비스로 자리 잡아 가고 있으며, 가사서비스 수요를 맞추기 위한 공급 역시 증가하고 있음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가사노동자는 최소 11만명에서 최대 6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청소, 세탁, 요리, 돌봄 등 모든 가구 내 대부분 활동을 포함하는 가사서비스는 가정생활의 유지와 노동력 재생산에 필수적이다. 그런데도 1953년 제정된 근로기준법 11조 ‘가사사용인 적용 제외’ 조항으로 가사사용인 또는 가구 내 고용활동은 최저임금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고용보험법 등 노동관계법의 대부분에서 적용 제외됐다. 노동·시민사회단체에서 가사노동자 노동권 보장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2011년 국제노동기구(ILO)의 189호 협약과 2016년 국가인권위원회의 비공식부문 가사근로자 보호를 위한 권고 등 가사노동자의 법적 보호가 사회적 흐름으로 이어졌다. 2021년 6월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가사근로자법)이 제정, 2022년 6월부터 시행됐다.

가사근로자법은 정부로부터 인증받은 서비스 제공기관(인증기관)과 가사근로자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인증기관과 근로계약을 체결한 가사근로자에게 최저임금과 국민연금, 산재보험, 퇴직연금을 보장하는 것이다. 물론 한편에서는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을 우회하는 방식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그래도 그간 비공식 노동시장에서 주로 거래됐던 가사서비스가 공식화되면서 가사서비스 시장의 활성화, 가사노동자 노동권 보호,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 많은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가사근로자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난 지금 초기의 기대만큼 제대로 기능하는지 의문이다. 가사근로자법의 핵심은 서비스 제공기관의 인증이다. 쉽게 말해 직업소개소 등 기존의 서비스 제공기관이 ‘자발적으로’ 인증기관으로 등록하지 않으면 가사근로자법은 무용지물이다. 가사근로자법 1년 동안 인증받은 기관은 얼마나 될까? 2023년 9월 기준 가사랑(work.go.kr/gsrnMain.do)에 등록된 인증기관은 53곳에 불과하다. 가사노동자의 주된 구직경로인 직업소개소가 1만7천개소인 점을 고려해보면 인증기관의 수가 얼마나 초라한 수준인지 알 수 있다. 인증기관이 저조하다보니 인증기관에 등록된 가사노동자 수 역시 400여명 수준이다. 최소 11만명으로 추정되는 가사노동자의 1%도 되지 않는다.

인증기관이 적은 이유는 인증절차와 지원제도를 보면 쉽게 이해된다. 사용자가 인증받기 위해서는 서비스 제공기관의 사업계획서, 정관 사본, 근로자 명부, 사무실 전용면적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 인적·물적 손해에 대한 배상수단 확인 서류, 가사근로자 고충처리 수단 확인 서류 등 행정적 요구사항이 너무 과도하다. 게다가 사업체의 유형은 5천만원 이상 자본금을 갖춘 법인만 가능하다.

인증기관에 대한 지원은 기존의 직업소개소를 정상적으로 운영하던 사용자가 굳이 자본금을 확보하고 고생과 번거로움을 감수하며 인증받을 이유가 딱히 없어 보인다. 인증을 받게 되면 고용보험과 국민연금 80%가 지원되지만, 지원기간은 최대 36개월로 제한된다. 즉 인증받은 후 3년 뒤부터 근로계약을 체결한 가사노동자의 보험료는 온전히 사용자의 몫이다. 서비스의 질을 담보하는 인증도 아니므로 더 많은 고객이 몰리거나 더 높은 비용을 받을 이유도 없다. 그나마 사업주를 위한 지원은 부가가치세 10% 면세에 불과하며, 혹시나 정부에서 하는 사업참여에 인증기관이 우선권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가 전부이다. 인증기관에 대한 기준과 행정적인 절차를 간소화나 적극적 지원제도가 없다면 가사근로자법은 성공하기 어렵지 않을까.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연구위원 (jhjang8373@inoch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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