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노조와 사무금융노조, 김영배·김한규·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금융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은 어디까지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제정남 기자>

금융 공공성을 강조하며 사회공헌과 상생금융 확대를 주문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금융정책은 지속 가능하지 않고 단기적인 성과주의에 그칠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금융권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사회공헌을 강조하고 있다는 의미다. 정부의 이런 금융정책의 실태를 고발하고 금융의 사회적 책임을 실현하기 위해 노조 역할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통령 발언 뒤 ‘사회공헌·상생금융’ 압박

24일 금융노조와 사무금융노조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을 앞세운 윤석열 정부는 금융권에 사회공헌과 상생금융 지원을 압박하고 있다. 시작은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30일 금융위원회 신년 업무보고에서 “은행이 공공재 측면이 있기 때문에 공정하고 투명하게 거버넌스를 구성하는 데 정부가 관심을 보이는 것이 관치의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2월13일에는 “수익을 어려운 국민,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에게 이른바 상생금융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금융감독원은 은행의 상생금융 현황 및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는 등 금융기관 압박 행보를 본격화했다. 사회공헌 사업도 강조하고 있다.

박수받을 정책처럼 보이지만 노동·시민·사회진영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금융자본과 산업자본 간의 소유·지배를 금지하는 금산분리 원칙을 완화하려는 윤석열 정부 방침과 금융 공공성 강화는 상반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공적인 일에 집중하라는 것인지, 돈 버는 일에 집중하라는 것인지 정부 의도를 종잡을 수 없다는 얘기다.

금융노조와 사무금융노조, 김영배·김한규·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금융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은 어디까지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발제를 맡은 조대엽 고려대 교수(사회학과)는 “상생금융을 전면화하면서 정부 주도의 강요된 사회공헌을 강요하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며 “금산분리 완화와 (금융회사의) 비금융분야 진출이라는 목적을 향하기 위한 징검다리로서 상생금융과 사회공헌을 활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정부 주도의 노동정책에 대응하고 사회적 고립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노조시민주의 현실화를 전략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공성·주류성·책임성을 기반으로 삼아 노조도 사회 구성원이라는 정체성과 지향을 가져야 한다는 취지다.

“금융회사에 맡겨 두면 사회적 역할 못 해”

토론자들도 노조의 역할에 주목했다.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국장은 “줄세우기식 실적주의를 유도하는 정부 주도의 사회공헌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호응을 얻는 이유는 금융의 신뢰성이 무너져 있기 때문이다”며 “신뢰성 회복은 개별 금융기업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업권 차원의 통합적인 사회적 책임 활동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권 노사가 참여하는 금융산업공익재단 등 기금마련을 통한 사회적 책임 확대 노력을 지속·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남근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법무법인 위민 변호사)은 “노조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투자와 경영의 목표를 두고 있는 ESG 경영에 적극적인 관심과 관여를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금융회사 사회공헌 활동의 다수는 이익 극대화를 위한 공적 활동 이용 차원에 머무르고, 정부의 사회공헌 강요는 상생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정치를 위한 것일 뿐”이라며 “금융회사가 고용주로서, 투자자 입장으로서, 금융서비스 제공 기관으로서, 원청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노조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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