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윤정 기자

한국 사회 불평등과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내세우지만 잘못된 접근법을 쓰고 있다는 지적이다. 초기업단위 교섭 제도화 같은 산별 전환을 통한 접근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고려대 노동대학원·노동문제연구소(원장 겸 소장 박지순)가 21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 국제관 대회의실에서 ‘2023 한국노동사회포럼’을 개최했다. 주제는 ‘한국 사회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산별 체제로의 전환과 가능성 모색’이다.

“노동자 참여 없는 노동시장개혁, 성공 어렵다”

이날 포럼에서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원인과 해법을 둘러싸고 학자들 간 의견차가 뚜렷했다. 정승국 고려대 노동대학원 객원교수는 주제발표에서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책은 이중성을 촉진하는 노동시장제도를 개혁하는 것”이라며 “노동시장제도 대표적 사례는 보상체계 연공성, 분절적 숙련형성방식, 비스마르크적 사회보장제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동시장개혁 방향은 연공성 개혁, 이동 촉진 노동시장정책, 직업별 노동시장적 요소 도입과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법으로 근로시간·임금체계 개편을 권고한 고용노동부 미래노동시장연구회에 참여한 바 있다.

토론자로 참여한 채준호 전북대 교수(경영학)는 “이런 정책과제가 성공하려면 이해당사자인 노동계와의 협업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며 “미래노동시장연구회 같이 일부 전문가 중심의 노동시장개혁 정책은 성공하기 어렵고 바람직한 방법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또 “발제에서는 이중구조 개선을 위해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을 강조하지만 (정부는) 그나마 좋은 일자리를 확대하기 위한 지역일자리 컨설팅 지원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고 꼬집었다.

장홍근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노동시장 구조개선과 노사관계 발전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음을 감안할 때 기업·지역·산업·업종·국가 전반 수준에서 대화와 타협, 노사 자율과 자치가 제자리를 잡아나가도록 하는 노사관계, 노동정치 정상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사회운동노조주의 전면화 “산별노조운동 재구성”

이승협 대구대 교수(사회학)는 주제발표에서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법으로 ‘초기업단위 사회적 임금제도’를 제안했다. 이 교수는 “현 정부의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 정책으로 기업단위 임금체계 개편은 잘못된 처방”이라며 “직무성과급을 도입하면 사용자의 노동비용 절감과 수익성 상승이 이뤄지겠지만 중소기업이나 협력업체 노동자 처우 개선과는 무관하다”고 지적했다.

초기업단위에서 임금을 조정하면 기업규모별·고용형태별·원·하청 격차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축소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산별노조의 초기업단위 교섭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초기업단위 교섭은 교섭비용 감소와 기업 간 임금경쟁 지양, 중소기업 경쟁력 향상, 저임금 노동자 임금수준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동계 차원에서는 산별노조운동을 재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연구원장은 주제발표에서 “산별노조가 기업별 임단협을 뛰어넘어 산업정책 개입과 사회개혁, 연대와 평등 실현을 위한 투쟁에 많은 한계를 보였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다중복합위기 시대에 모든 노동자 이해를 대변하는 노동운동 노선인 ‘사회운동노조주의’ 전면화가 요구된다”며 “산별운동 내부혁신과 조직강화, 법제도적 뒷받침, 기후위기 대응 등이 병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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