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경찰이 야간집회를 금지하고, 집회신고를 강화해 제한·금지 통고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국민편익을 빌미로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지적이다.

경찰청은 21일 국무총리 주재 국정현안관계 장관회의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집회·시위 문화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경찰은 “헌법재판소도 자정 이후 국민 평온 보호 필요성을 인정한 만큼 평균 일출시각(오전 6시30분께) 등을 고려해 심야 집회·시위 금지 시간을 24~6시로 규정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는 현행 집시법 10조(옥외집회와 시위의 금지 시간)와 사실상 같다. 이 조항은 헌법재판소의 두 차례 헌법 불합치 결정으로 효력을 상실한 상태인데, 헌재 판결을 인용해 다시 부활하겠다고 나선 셈이다.

장소도 통제한다. 경찰은 도로상에서 여는 집회와 시위를 신고단계부터 도로관리청에 통보하는 절차를 신설해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도로상 집회·시위 제한 판단기준을 △개최 시간 △행진 경로 △차로 이용 여부 △위험 가능성 등으로 구체화할 계획이다.

집회·시위에 사용하는 현수막은 옥외광고물법을 개정해 관리한다. 집회 현수막 설치 기간·시간·내용 등을 제한하는 법조항의 적용 배제 기간을 ‘집회가 실제로 실시되는 기간’으로 한정한다.

경찰은 집회신고에도 개입한다. 국민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거나 공공질서를 직접 위협할 여지가 크다고 판단한 집회신고에 대해서는 집회·시위 제한·금지 통고를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출퇴근 시간대 집회·시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제한·금지를 통고하겠다고 밝혔다. 이대로라면 경찰이 집회·시위의 시간과 장소, 그리고 내용을 통제할 우려가 크다.

시민사회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이다. 랑희 공권력감시대응팀 인권활동가는 “집회·시위에서 시간과 장소를 정하는 것은 집회·시위의 본질적 내용”이라며 “경찰이 이를 통제하겠다는 것은 집회와 시위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기본권을 무시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흐름은 이미 용산 대통령실 이전부터 시작했다. 특히 노동자 집회·시위에는 번번이 금지·부분금지통고가 내려졌다. 랑희 활동가는 “대부분 집행정지 처분으로 경찰의 처분이 법에 맞지 않다는 게 증명됐지만 반복하고 있다”며 “지속해서 집회·시위는 나쁜 것이란 인식을 시민에 전달해 집회 참여자와 시민을 갈라치기 하고 있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법원은 일관되게 집회·시위에 따른 불편은 민주사회 시민으로서 수인 의무가 발생한다며 집회·시위를 보장하라고 판결하고 있다.

이날 1박2일 서울도심 집회를 진행한 금속노조는 이번 방안이 사실상 집회·시위 금지 방안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어느새 한국은 어떤 불편도 감수할 수 없다는 집회 혐오 나라가 됐다”며 “시위 말고는 힘없는 이들의 요구를 관철할 길이 없는데도 목소리를 짓밟겠다는 윤석열은 대한민국 헌법을 찢어 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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