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정부가 심야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한 가운데 법원이 심야집회 금지는 집회의 자유를 침해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경찰이 야간 노숙집회를 강제해산한 이후 ‘심야집회’ 금지 처분의 집행을 정지한 첫 사례다. 옥외집회 및 시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안을 추진 중인 당정 방침에 제동을 걸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신명희 부장판사)는 지난 19일 금속노조가 서울영등포경찰서를 상대로 낸 옥외집회 부분금지통고처분취소 집행정지 신청 사건에서 판결 선고까지 효력을 정지한다고 결정했다.

금속노조는 경찰에 20일 오후 9시부터 자정까지 국회의사당역 3개 차로와 인도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 쟁취 결의대회’를 열겠다고 12일 신고했다. 이에 경찰은 “노숙집회를 개최할 경우 인근 사유지 등을 무단점유해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하다”며 부분금지통고를 했다.

법원은 노숙 전면금지는 ‘집회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금속노조 신청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노숙은 4개 차로 중 3개만을 사용하는 것이어서 차량 소통을 전면적으로 배제하지 않고 인도도 확보돼 있다”며 “교통·통행의 불편을 넘어 심각한 교통 불편을 줄 우려가 있다거나 국회의 기능이나 안녕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자료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출퇴근 시간대에 개최돼 교통·통행에 영향을 끼칠 소지가 더 큰 노숙집회 전후 집회신고는 경찰이 수리했다는 점도 판단 근거로 삼았다. 아울러 자치단체 점용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사실 역시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음주행위’는 금지했다. 재판부는 “노숙 장소에서 음주행위가 이뤄지는 경우 참가자들의 통제능력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고, 다중이 운집한 심야 시간대인 점을 고려할 때 사생활의 평온을 뚜렷하게 해칠 가능성이나 인근 주민과 충돌로 이어져 공공의 안녕 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국회의사당역 인근 3개 차로에서 참가자 300명의 노숙집회를 허용하되 음주행위는 금지했다. 또 금속노조가 질서유지인 50명 이상을 배치하고 집시법 시행령에서 정한 야간·심야시간대 확성기 등의 소음기준을 준수하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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