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 충주병원 노동자들이 건국대 교내에서 집회를 열고 병원 정상화를 촉구했다. 병원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건국학원은 집회차량 교내 진입을 거부하는 등 집회를 방해했다.

보건의료노조(위원장 나순자)는 20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국대 학교본부 앞에서 조합원 15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집회를 열고 건국학원에 △100억원 투자 약속 이행 △단체협약 해지 철회 △성추행·직장내 괴롭힘 가해자 처벌 △임금체불 해소를 촉구했다. 집회 뒤 참가자들은 교내를 행진하며 건국학원을 규탄하고 충주병원 정상화를 촉구했다.

충북 의료 강화 명분 의대 정원 배정
서울병원 건립 후 나 몰라라 ‘구조조정’

나순자 위원장은 “당초 충북지역 의료기능 강화를 명분으로 의대 정원을 배정받은 건국학원은 건국대 서울병원 건립 이후 충주병원을 나 몰라라 하면서 구조조정 욕심을 드러내고 있다”며 “노조 투쟁 이후 100억원 투자를 약속하고도 이행하지 않고 7월에는 30년 이상 신의와 성실을 토대로 체결해 온 단체협약을 해지한다고 일방 통보했다”고 규탄했다.

나 위원장은 “산별노조로서 단협해지를 좌시할 수 없고, 산별의 힘으로 반드시 응징하겠다”며 “단 학교법인이 대화로 사태를 해결할 의지를 보인다면 산별노조는 역시 그에 맞춰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건국학원은 2007년 이후 충주병원에 별다른 투자를 하지 않았다. 이후 충주병원 노동자 처우를 개선하고 의료기관 역할을 다하라는 노조와 지역사회 요구가 커지면서 지난해 3월 100억원 투자를 약속했다. 그러나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게 노조 주장이다.

양승준 노조 충북본부장은 “투자는커녕 인력을 되레 내보내고 있는 상황”이라며 “설상가상 병원장은 노조 때문에 경영이 어렵다며 7월13일 단협 해지를 통보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약속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충주병원은 의료기관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환자수가 계속 감소하고 시설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천장에서 물이 샐 지경이라는 것이다. 최근엔 임금체불까지 발생했다. 지난달 23일 병원쪽은 자금 수지가 좋지 않다며 월급 지급을 연기한다고 공지했고 실제 7급 이상 노동자의 월급 일부가 체불됐다. 그러나 임원들 임금은 전액 지급됐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한 건국대 충주병원 노동자는 “임금체불이 된다더니 왜 임원들은 임금을 전액 받아 가고, 그러면서 노동자들에게 회생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고 하느냐”며 분개했다.

간호사 2명 상습 성추행·폭언
피해자 면담 내용 가해자에 유출 의혹

교수의 성추행 사건도 제대로 처리가 안 돼 구성원 분노를 키웠다. 양 본부장은 “6월부터 교수인 의사가 간호사인 조합원 2명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하고 폭언을 했음에도 병원당국은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간호사 2명과의 면담내용을 가해자로 지목된 교수에게 유출했다”며 “건국학원과 충주병원의 무법행태”라고 비판했다.

건국학원은 이날 교내 집회도 방해했다. 오후 집회를 위해 교내로 진입하려던 노조 방송차량과 무대차량 진입을 3시간가량 막았다. 박민숙 노조 부위원장은 “지난 5년간 해마다 1~2회 가량 교내 집회를 했다”며 “건국학원의 경영행태와 충주병원 운영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마저 듣지 않겠다며 기본권인 집회·결사의 자유를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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