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성회 공인노무사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출근이 꼭 필요할까? 이 회의는 꼭 해야 할까? 코로나19는 그동안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에 ‘본질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코로나19가 던진 또 하나의 의문은 항공운수사업이 필수공익사업에 해당하느냐다. 필수공익사업에서 쟁의행위시 노동조합은 필수유지업무 인원유지비율을 준수해야 하고, 회사는 사업과 무관한 자로 대체근로 투입이 가능하다. 노동위원회는 항공운수사업에서 국제선 80%, 제주선 70%, 국내선 50%의 필수유지업무 인원유지비율을 결정하고 있다. 대체근로 투입까지 고려하면 이는 사실상 쟁의행위를 금지해 노동 3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노동 3권 제약은 상당히 엄격하고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하지만 노동조합 및 노사관계조정법(노조법)은 필수공익사업을 포괄적으로 규정해 무분별하게 노동 3권을 침해하고 있다. 필수공익사업이란 ‘공익사업으로서 업무의 정지 또는 폐지가 공중의 일상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거나 국민경제를 현저히 저해하고 그 업무의 대체가 용이하지 아니한 사업’이다. 과연 항공운수사업이 필수공익사업에 해당할까.

우리는 코로나19를 겪으며 포기했던 많은 것들 중 하나가 해외출국이다. 3년여간 사실상 국제선 여객이 마비됐다. 그러나 공중의 일상생활이 다소 불편했을지언정 현저히 위태로웠다고 보기 어렵다. 국민경제가 현저히 저해됐다고 보기도 어렵다.

또 항공운수사업이 필수공익사업이 아니라는 근거는 대체가능성에 있다. 다른 항공사나 교통편으로 대체 가능하다면 일부 항공사가 쟁의행위에 돌입하더라도 공중의 일상생활이 현저히 위태롭게 된다거나, 국민경제가 현저히 저해된다고 보기 어렵다. 지면의 한계상 여객과 화물 중 여객만 살펴보자.

국제선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대체 가능성이 충분하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대체 가능한 항공사로 인식하고 있다. 그 이유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자국을 대표하는 항공사라는 인식과 함께, 제공 서비스의 유사성, 주요 노선에서의 출발·도착 시간의 유사성, 운임의 유사성 때문이다.

외항사로도 대체가 가능하다. 2019년 기준 한국에 취항하는 외항사는 35개 국적의 85개 항공사가 있고 39개국 124개 도시에 219개 노선을 운항하고 있으며 충분한 경유 항공편을 제공하고 있다. LCC(저비용항공사)로도 대체가 가능하다. 2019년 국제선 지역별 여객 실적을 살펴볼 때, 일본노선 20.9%, 중국노선 20.4%, 아시아 40.3%로 아시아 지역 비중이 81.6%로 매우 높다. LCC는 미주, 유럽 등 일부 장거리 노선을 제외하고 일본, 중국, 아시아의 중·단거리 노선 운항이 가능하며, 충분한 항공편을 제공하고 있다. 한편 설문조사 결과 소비자는 외항사와 LCC를 선호하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단순히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과 같은 대형항공사가 한국을 대표한다는 생각과 제공하는 서비스의 차이, 마일리지 적립 및 사용 혜택 같은 선호도 차이 때문이다. 즉 외항사나 LCC가 안전하지 않다거나, 항공편이 존재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그리고 이는 항공사가 쟁의행위에 돌입하더라도 충분히 외항사나 LCC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선 역시 대체가능성이 충분하다. 필수유지업무 인원유지비율이 결정됐던 2012년 국내에 취항한 항공사는 7개였던 반면, 2022년 국내 취항한 항공사는 11개다. 항공사별 여객 점유 비중을 살펴보면 2012년 대한항공이 757억9천117명, 아시아나항공이 455억4천256명, 제주항공이 263억5천697명, 에어부산이 214억2천223명을 운송하는 등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사실상 국내 여객운송을 과점했다. 그러나 2022년 대한항공 629억8천796명, 아시아나항공 511억2천736명, 제주항공 649억1천599명, 진에어 602억8천518명, 티웨이 514억9천977명으로 LCC의 여객 점유 비중이 매우 높아졌다. 또한, 고속도로의 확충과 KTX, SRT의 발전으로 철도, 지하철, 버스 등을 이용한 운송 비중이 99.9%에 이르고, 항공기를 이용한 여객운송률은 0.1%에 불과하다.

항공운수사업에서 노동 3권 제한은 결국 노동조건 개선 활동 약화로 이어지고 이는 안전사고 위험 증대를 의미한다. 필수공익사업이 승객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항공운수사업은 필수공익사업에서 반드시 배제해야 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