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민 충청남도노동권익센터       정책기획팀장
▲ 류민 충청남도노동권익센터       정책기획팀장

“① 모든 도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니며, 기본적 인권을 향유할 권리를 가진다.” - 충청남도 인권 기본 조례 제5조(도민의 권리 및 협력)

“이 조례는 대한민국헌법 제31조, 유엔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교육기본법 제12조, 제13조, 초·중등교육법 제18조의4, 유아교육법 제21조의2 제1항의 규정에 따라 학생인권을 보장함으로써 모든 학생이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며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이루어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 충청남도 학생인권 조례 제1조(목적)

‘충청남도 인권 기본 조례’와 ‘충청남도 학생인권 조례’가 폐지될 위기에 놓였다.

지난해 8월, 충남기독교총연합회와 충남바른인권위원회 등 보수 기독교 단체들을 중심으로 두 조례를 폐지하기 위한 주민 서명이 시작됐다. 올해 3월 청구인 명부가 충청남도의회에 제출됐고, 이달 7일 의회운영위원회에서 청구안을 수리했다. 이후 단 4일 만인 11일, 조길연 충청남도의회 의장이 두 조례 폐지안을 발의했다.

폐지 청구안의 대표자는 충청남도기독교총연합회의 총회장 안준호 목사. 폐지안의 청구 취지 및 이유에는 “충청남도 인권기본조례가 ‘도민인권선언’의 잘못된 인권개념을 추종하고, 도민인권선언 제1조(차별금지)에는 도민들이 동의하기 어려운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다양한 가족형태, 사상, 전과 차별금지’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인권선언 제17조(이주민)는 이슬람 문화를 보장할 책무로 이해될 수 있어, 도민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적혀있다.

충청남도 학생인권조례에 대해서는 “부모와 교사에게 순종적이지 못하게 만드는 조례”이며 “조례로 인해 담배, 술, 음란물 등 지도가 곤란하고 동성 섹스, 임신, 출산을 조장하고 교사, 부모 고발을 조장한다”고 했다.

유엔인권이사회는 올해 1월25일 한국 정부에 공동 서한을 보내 “우리는 학생인권조례와 인권기본조례를 폐지하는 사안에 대해 국제인권기준, 특히 차별금지원칙에 반해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에 기반한 차별에 대한 보호를 축소하려는 시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적시했다.

조례 폐지 청구안은 그 의도와 내용이 헌법과 여러 국제 규약에 명시된 인간 존엄의 가치를 부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절차상에도 여러 위법성을 갖고 있다. 충남도의회는 다수의 동일 필적이나, 주민 발안 관련 조례에서 명시하고 있는 청구 서명의 요건을 갖추지 않은 서명건도 유효로 처리했다. 또한 두 조례가 폐지될 경우 조례에 근거해 설립·운영되고 있는 충청남도 인권센터와 충청남도 학생인권센터의 존립에도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이는 행정기구 변경은 주민 조례 발안의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주민조례발안에 관한 법률(주민조례발안법) 4조3호에도 위배된다.

이에 지역 시민사회는 이달 14일 충청남도의회의 조례 폐지안 수리 및 발의 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본안 소송 전까지 조례 폐지 절차에 대한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앞서 지난 7월에는 두 조례 폐지에 반대하는 지역 주민 2만1천여명 서명을 도의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다수인 도의회의 구성을 고려하면 전망은 밝지 않다. 국민의힘은 19일 의원총회를 연 데 이어 두 조례의 소관 상임위원회인 행정문화위원회와 교육위원회의 심의를 진행했다. 20일 본회의에서 폐지안에 대한 심의 의결 절차를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학생인권조례의 집행기관인 충청남도교육청은 폐지안이 의결될 경우 재의 요구를 진행하고 학생인권센터 운영 등 학생인권 보호를 위한 사업들을 지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인권기본조례의 집행기관인 충청남도는 도의회의 결정을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김태흠 도지사는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신분이었던 2017년 충남도 국정감사 과정에서 “충남도의 인권보호정책이 동성애를 옹호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며 “기독교 단체는 도민인권선언이 동성애를 옹호한다며 조례 폐지를 주장하는데 도지사의 생각이 궁금하다”는 질의를 하기도 했다.

충청남도의 인권 조례는 2018년에도 보수 기독교 단체들과 당시 자유한국당 소속 도의회 의원들의 주도로 폐지됐다가 시민사회의 노력으로 다시 제정된 바 있다.

충청남도 인권기본조례와 충청남도 학생인권조례 폐지는 충청남도를 넘어서, 전국적인 학생인권조례 폐지 시도를 비롯한 반인권 개악의 방아쇠가 될 수 있다. 조례 폐지에 맞선 지역사회의 고민과 실천에 너른 관심과 연대가 절실하다.

충청남도노동권익센터 정책기획팀장 (recherche@cnnodong.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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