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재단 유튜브 갈무리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을 맞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역대 정부가 해 왔던 남북 간 대화를 계속 이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 간 군사충돌을 막기 위한 최후의 안전핀인 남북군사합의는 끝까지 준수할 것도 주문했다.

문 전 대통령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이번 행사는 김대중재단(이사장 권노갑), 노무현재단(이사장 정세균),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 행사준비위원회 등이 공동주최했다. 문 전 대통령의 서울 방문은 지난해 5월 퇴임 이후 처음이다.

“평양공동선언 불가역적 단계로 못 가 아쉬워”
“중단 없는 이어달리기 할 때 남북합의 꽃피울 것”

문 전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언제 그런 날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파탄 난 지금의 남북관계를 생각하면 안타깝고 착잡하기 짝이 없다”며 “평양공동선언에서 더 진도를 내지 못했던 것, 실천적인 성과로 불가역적인 단계까지 가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역대 정부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해 왔던 남북 간 대화를 ‘이어달리기’에 비유했다. 그는 “박정희 정부의 7·4 공동성명에서 시작해 노태우 정부의 남북기본합의서, 김대중 정부의 6·15 공동선언, 노무현 정부의 10·4 공동선언, 문재인 정부의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까지 역대 정부는 긴 공백기간을 뛰어넘으며 이어달리기를 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어달리기가 중단없이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역시 이어달리기가 중단 없이 계속됐다면 남북관계는 지금과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라며 “평양공동선언 역시 훗날 냉전적 이념보다 평화를 중시하는 정부가 이어달리기를 할 때 더 진전된 남북합의로 꽃피우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이 우리에게 주는 또 하나의 중요한 교훈은 ‘평화가 경제’라는 사실”이라고 제시했다. 문 전 대통령은 “우리나라는 노태우 정부가 북방정책으로 중국, 소련, 동구권 국가들과 수교하면서 본격적인 개방통상국가의 길을 걷게 됐고, 전 세계에서 무역의존도가 가장 높은 나라에 속한다”며 “남북관계가 평화로운 가운데 주변 국가들과 균형 있는 외교를 펼칠 때 코리아 리스크가 줄어들고 수출경제도 활기를 띠기 마련”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나치게 진영외교에 치우쳐 외교의 균형을 잃게 되면, 안보와 경제에서 얻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잃을 수도 있다”며 “동맹을 최대한 중시하면서도 균형 있는 외교를 펼쳐나가는 섬세한 외교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미일 협력’을 우선적으로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기조에 대한 일침 또는 우려로도 읽히는 대목이다.

“지나친 진영외교는 안보·경제에서 더 많이 잃을 것”
“안보·경제는 보수정부가 낫다는 조작된 신화 벗어나야”

지금도 남북 간 대화를 못할 이유가 없다고도 했다. 그는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으로 남북 간에 대화를 하지 못할 시기는 없다는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상황은 지금보다 훨씬 더 엄중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위기의 끝에 반드시 대화의 기회가 올 것이라고 믿으며 대화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지금 계속되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면서도 “결국은 대화를 통해 남북관계의 위기를 풀어나갈 수 밖에 없다. 도발에 대한 단호한 대응과 함께 다른 한편으로는 진정성 있는 대화 노력으로 위기가 충돌로 치닫는 것을 막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9·19 평양공동선언 부속합의서로 체결된 남북군사합의를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통령은 “북한의 계속된 도발로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9·19 평양공동선언이 흔들리면서 군사합의도 흔들리고 있다”며 “급기야는 정부·여당에서 군사합의를 폐기해야 한다거나 폐기를 검토한다는 등의 말이 나오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남북군사합의는 지금까지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며 “남북군사합의를 폐기한다는 것은 최후의 안전핀을 제거하는 무책임한 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남북한 모두, 관계가 악화되고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수록 군사합의만큼은 끝까지 지키고 준수하여 최악의 상황을 막으면서 대화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9·19 평양공동선언의 교훈을 말하면서 역대 정부의 안보와 경제도 조금 살펴봤다”며 “‘안보는 보수정부가 잘한다’, ‘경제는 보수정부가 낫다’는 조작된 신화에서 이제는 벗어날 때가 되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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