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하나 공인노무사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지난 7월 서울의 서이초등학교에서 사회초년생의 신입 교사가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다.

신입 교사의 죽음은 ‘교권 붕괴’‘공교육의 죽음’이라 불리며 대한민국의 심각한 교권 침해 실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사회적 참사로, 많은 국민들이 비통하고 애통해한 사건이다.

그런데 8월 말경 “9월4일 교육부의 징계 예고에 대한 학생, 학부모, 일반시민의 의견 수렴”이라는 설문조사를 통해, 교육부가 9월4일 서이초 신입 교사의 49제에 참석하기 위해 연가·병가를 사용하는 교사들을 해임·징계하겠다 발표한 사실을 뒤늦게 알고 경악했다. 누구보다 앞장서 서이초 교사의 죽음을 애도해야 할 교육당국이 도대체 어떠한 이유에서 동료 교사의 죽음을 추모하겠다는 교사들을 해임·징계하겠다는 것인가.

교육부의 공문을 살펴보니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24조의2와 ‘교원휴가에 관한 예규’ 4조에 따르면, 교원은 직계존속 등의 생일·기일 등 특별한 사유가 있지 않은 한 수업일을 제외해 휴가를 사용해야 한다. 서이초 교사의 죽음은 이러한 ‘특별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음이 명백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교원휴가에 관한 예규 4조의 ‘휴가실시의 원칙’에서는 “연가는 수업 및 교육활동 등을 고려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수업일을 제외해 실시하도록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5조에서는 수업일 중 연가를 승인할 수 있는 특별한 사유들을 나열하고 있다. 이러한 여러 사유 가운데 교사들이 동료 교사의 죽음에 분노와 우울감, 동질감을 느끼며 진심으로 추모하고자 한 마음을 “기타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소속 학교의 장이 인정하는 경우”의 특별한 사유라고 볼 수는 없었던 것일까.

교육부가 사망한 교사의 추모제가 특별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징계 예고에 이어 ‘9·4 불법 집단행동 관련 학사 운영 및 교원 복무관리 철저 요청’이라는 공문을 통해 교사들이 집단행동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할 예정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내용을 보면 교육부가 사실상 교사들의 추모제 참가를 불법적인 집단행동이자 불법파업으로 간주하고 이를 선제적으로 저지하려는 목적을 짐작하게 한다.

교육부가 발표한 ‘집단행동 관련 질의응답’에서 국가공무원법 66조의 집단행위 금지 의무를 내세우며 교사들이 집단으로 연가·병가를 사용하고 추모제에 참석하는 것이 ‘우회파업’이라는 것을 봐도 교육부가 추모제 참석을 불법파업으로 간주했음을 명확히 알 수 있다.

결국 교육부는 현 정부가 집회와 파업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듯 서이초 교사의 죽음을 애도하는 추모제를 ‘특별하지 않은 사유’로 치부해 버리고 교사들이 연가·병가를 사용하는 것을 불법파업이라며 탄압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9월4일 추모제 당일 다행히도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연가·병가를 사용해 추모제 참석한 교사에 대한 해임·징계 방침을 공식 철회했다. 그 이유는 “고인에 대한 순수한 추모의 마음과 교권 회복에 대한 대다수 선생님의 마음을 잘 알게 됐다. 각자의 방식으로 추모하기 위해 연가·병가를 사용한 것은 다른 선택을 생각할 수 없는 절박한 마음이었다고 생각했다”라는 것이다.

징계 예고의 이유가 추모제에 참석하는 것이 수업일에 연가·병가를 사용할 수 있는 특별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서이초 교사를 추모하기 위해 모이는 것을 순수한 마음이 아닌 불법파업으로 예단하고 제지하려 했음을 인정하는 대목이다.

교사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추모하는 것은 순수한 마음이라 여기며 수업일에 연가·병가를 사용할 수 있는 ‘특별한 사유’로 인정하지만, 애도의 마음을 함께하며 집단적으로 추모하는 것은 정치적인 불법파업으로 매도하고 ‘특별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징계하려 한 교육부의 태도가 너무나 개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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