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섬식품노조 대전충북지부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브원 본사 앞에서 서브원자본규탄! 노조탄압 분쇄! 2023 투쟁승리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국내 1위 MRO(기업운영자재) 전문기업 서브원에서 노사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화섬식품노조 서브원지회(지회장 예병기)는 성실교섭과 노조탄압 중단을 촉구하며 한 달 넘게 본사 앞에서 노숙농성을 진행 중이다.

18일 화섬식품노조와 서브원지회 설명을 종합하면 농성 20여일 만에 사측과 교섭이 재개됐지만 현재까지 이렇다 할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예병기(46) 지회장은 지난달 16일부터 서울 종로구 본사 앞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 이날로 34일째다.

B2B MRO 유통 전문기업 서브원은 원래 ㈜LG가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였다. 2019년 LG그룹은 일감 몰아주기 문제를 해소하려고 지분을 매각했고, 사모펀드 운용사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가 지분 60.1%를 보유하게 됐다. 현재 직원 수는 840명이다.

지회에 따르면 사모펀드에 매각된 뒤 불합리한 성과급 체계가 도입됐다. S·A·B·C 평가 등급에 따라 성과급이 차등 적용되는데, 구체적인 기준을 설명하지 않는 데다 S~C 등급 간 4배 차이가 나서 지나치게 폭이 크다는 지적이다. 서브원지회는 성과급 체계에 반발하며 지난해 4월 설립됐다.

노조 가입 이후 단체협약 체결까지 난항을 겪어야 했다. 사측이 교섭위원의 공가를 인정하지 않아 지회 간부가 아닌 노조 대전충북지부 간부들이 교섭에 참여했다는 게 지회의 설명이다. 중앙노동위원회 쟁의조정을 거쳐 마련한 합의안을 노사 교섭의 결과물이 아닌 회사가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방침인 것처럼 공지한 점도 문제라고 지회는 지적한다.

올해 임금협상 과정도 순탄하지 않았다. 4월13일 상견례 이후 사측은 지회 요구안을 전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노사 협상이 마무리되기도 전에 회사가 일방적으로 임금인상률(평균 4.5%)을 공지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예병기 지회장은 “지난 4월부터 비조합원은 인상률을 적용해 지급하고, 노조 조합원은 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인상률 적용이 어렵다고 했다”며 “과반노조가 아니어서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실상 노조를 무력화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180여명이던 조합원은 지난 7월부터 급감해 현재 10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지회는 내년부터 노조와 임단협 ‘완료 후’ 전 직원 동일 시점 임금인상 적용과 노조발전기금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애초 6.14% 임금인상과 50만원 지급 등이 포함된 요구안에서 많이 양보한 셈이다. 지회는 협상을 마무리할 때까지 노숙농성을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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