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영국 변호사(법무법인 두율)

우리 헌법은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헌법 84조)고 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제외하면 재직 중 재판에 회부될 일은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재직 중이라도 수사는 가능하다. 대통령 자격이 종료되면 언제든 기소될 수 있고, 재직기간 동안 공소시효 또한 중단된다.

지난 7월19일 경북 예천군 내성천에서 해병대 1사단 채수근 상병이 집중호우로 인한 실종자를 수색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대민지원 홍보를 위해 해병대 글자가 잘 보이도록 복장을 통일하라는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의 지시가 있었고 부대에서는 병사들에게 구명조끼도 없이 복장 통일만을 강조했다.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해병대 수사단이 꾸려졌다. 박정훈 해병대 대령이 수사단장을 맡아 수사를 총괄·지휘했다. 7월30일 박정훈 수사단장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해병대 1사단장 임성근 소장 등 8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재한 수사결과를 대면 보고하고 결재받은 후 8월2일 사건을 경북경찰청으로 이첩했다. 군인이 사망한 사건은 일반법원이 재판권을 갖기 때문이다(군사법원법 2조2항).

그런데 이종섭 장관은 뒤늦게 이첩 보류 지시를 내리고 난데없이 이첩 보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박정훈 대령을 수사단장 보직에서 해임하고 국방부 검찰단은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했다. 혐의가 과하다고 판단한 군 검찰단에서는 ‘항명’으로 혐의를 변경했다. 8월30일 박정훈 대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이 과정에서 ‘상관 명예훼손’ 혐의도 추가했다.

이 과정에서 박정훈 대령은 경북경찰청으로 수사 자료를 이첩한 과정을 밝혔다. 이종섭 장관은 경북경찰청 이첩에 대해 본인이 결재해 놓고서 박정훈 수사단장에게 이첩 보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며 ‘집단항명 수괴죄’라는 혐의를 뒤집어씌웠다. 그리고 경북경찰청으로부터 수사 자료를 회수하도록 했다. 이종섭 장관의 갑작스런 태도 돌변은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격노’의 전화를 받은 후였다는 것이다. 대통령과 친한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을 채수근 상병의 사망 책임에서 제외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이 보도됐다. 대통령이 채수근 상병에 대한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본인이 직접 그리고 비서실을 통해 소관 부처인 국방부 장관과 군수사단에 수사 결론을 바꾸라고 지시했다는 말이 된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대통령이 행정부 수반으로서 각 부처 장관을 지휘할 수 있는 권한을 남용해 국방부 장관으로 하여금 수사결과 이첩 보류 및 회수, 그리고 재수사 지시 및 수사결론의 변경이라는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고 군수사단의 권리를 방해한 행위로 직권남용죄를 구성하게 된다.

구체적 사건에서 직권남용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직권 행사의 주된 목적이 직무 본연의 수행에 있지 않고 본인 또는 제3자의 사적 이익 추구나 청탁 또는 불법목적의 실현 등에 있는 경우 등과 같이, 직권 행사의 목적과 방법에 있어 그 위법·부당의 정도가 실질적·구체적으로 보아 직무 본래의 수행이라고 평가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른 경우라면 직권을 남용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대법원 2022. 10. 27. 선고 2020도15105 판결). 대통령이 자신의 지휘를 받는 국방부 장관 등에게 사단장 등을 업무상과실치사죄의 혐의자에서 빼라고 지시했다면, 이 지시는 대통령 권한 행사의 목적과 방법에서 위법·부당의 정도가 직무 본래의 수행이라고 평가할 수 없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언론보도를 종합해보면,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은 절차에 따라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에 대한 수사와 경북경찰청으로의 이첩 절차를 완료했으나, ‘격노한’ 대통령의 수사 외압이 개입하면서 박정훈 수사단장을 보직에서 해임하고 항명 수괴의 피의자로 둔갑시키는 상황이 전개되었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외압이 개입되었다는 박정훈 수사단장의 진술서가 공개되자 군검찰은 즉시 박정훈 수사단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군검찰은 영장 청구서 말미에 “언론에 계속 유출되는 것으로 신속히 중단시킬 필요성이 있는 바”라고 적었다. 수사 외압의 몸통에 대한 박정훈 대령의 폭로를 막기 위해 구속해야 한다는 의도를 그대로 드러냈다. 다행히 박정훈 대령에 대한 영장은 기각됐다.

대통령의 위법·부당한 수사 외압은 형법상 직권남용이자 지위를 이용해 수사기관의 수사 업무를 방해하는 업무방해 행위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윤석열 대통령이 그 자리에서 내려오게 되면 언제든 형사 피의자가 될 수 있다. 그는 자신의 정부에서 벌이고 있는 정치적 탄압 목적의 표적수사가 아니라 형사소송법에 따른 적법한 수사를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법치를 입에 달고 다니는 대통령이 법 위에 군림하고 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