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노동연구원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KBIZ홀에서 '다양성의 도전과 근로환경 개선 과제'를 주제로 개원 35주년 기념 세미나를 개최했다. <제정남 기자>

인구변화와 기술발전·혁신, 가치관 등 노동시장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변화의 실체를 점검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한 과제를 점검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해외 선진국과 비교해 우리 노동환경이 어디쯤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평가해 개선점을 찾아가는 데 나침반으로 삼는 작업도 이뤄졌다.

육아기 단축근무, 육아휴직보다 여성 경제활동에 도움

한국노동연구원(원장 허재준)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KBIZ홀에서 ‘다양성의 도전과 근로환경 개선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원 35주년을 기념한 세미나다.

기조발제를 맡은 허재준 원장은 경제활동인구 구성, 기술 발전, 가치관에서 변화가 예상되고 또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새로운 정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생산가능인구 1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고, 지금과 같은 경제 활동 방식이 유지되면 한국 사회는 지속 유지가 어려울 것”이라며 “생산가능인구를 64세까지로 설정한 산업화 과정에서 만든 연령기준도 바꿔야 할 시점에 있다”고 밝혔다.

통계청에 따르면 30~39세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010년 55.4%에서 지난해 66.5%로 11.1%포인트나 상승했다. 허 원장은 “비경제활동의 기회비용이 증가(경제활동을 하지 않을 때 불이익이 커지면서)하면서 여성의 경제 참여가 최근 10년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육아휴직을 길게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보다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유인해 계속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춰주는 것을 고려해 볼 만하다”고 주장했다.

은퇴연령이 늦춰지는 점도 한국 사회가 맞닥뜨린 과제다. 허 원장은 “근로의욕은 높고, 부모와 자녀를 계속 부양해야 하고, 불충분한 노후소득보장으로 인해 고령자가 일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압력이 과거보다 훨씬 높아졌다”며 “이들이 일할 수 있도록 산업안전, 작업장 환경, 평생교육 등의 대책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보상·일자리 전망에 대한 불만, 과거보다 증폭”

우리 노동환경이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를 과거와 현재로 나눠 살펴보는 작업도 진행했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를 토대로 2011년과 2020년의 근무환경을 살펴봤더니 일에 대한 보상, 일자리 전망, 직무자율성에 대해서 불만이나 불안감이 과거보다 증폭한 것으로 조사됐다. 동료와 상사의 지지, 내 의견 청취, 업무 개선 참여 정도 등에서는 과거보다 소폭 개선했다.

각국의 노동환경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국, 유럽연합(EU), 영국, 노르웨이의 노동환경을 수치화해 비교한 결과도 발표됐다. 우리 노동환경이 비교 국가와 비교해 우위에 항목은 통근시간·업무강도·물리적위험·인체공학적위험·정서적위험·건강과웰빙·일생활균형·자녀돌봄에서다. 열위에 있는 항목은 노동시간·교육훈련·직무자율성·근로자대표기구·근로자참여·사회적환경·직무열의·경력과 고용안정·노인돌봄 등이다. 분석결과를 발표한 오진욱 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산업수준의 고도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한국에서 직무자율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며 “조직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근로자가 어떤 역량이 필요한지 파악하고 향상하기 위한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발표에 이은 좌담회는 ‘근로환경을 둘러싼 논의와 정책과제’를 주제로 강성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구미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 김동욱 변호사(법무법인 세종), 조건준 아무나 유니온 대표, 전형배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전혜원 시사IN 기자, 박종식 연구원 부연구위원, 김근주 연구위원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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