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현재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본부 차장

근골격계질병 추정의 원칙 제도가 공단 지침에서 노동부 고시로 개정된 지 1년이 지났다. 그러나 여전히 실효성이 없어 문제가 되고 있다. 2022년 근골격계질병 산재 신청건수는 1만2천491건으로 그중 추정의 원칙 적용 건은 468건(3.7%)에 불과하다. 이처럼 적용 건수가 저조한 이유는 적용 직종 범위가 협소하고 고시에서 규정하는 근골격계 상병을 포함한 다른 상병이 동반하여 발생한 경우 제도의 적용조차 받지 못하는 엄격한 기준 때문이다.

최근 한국노총은 추정의 원칙 제도개선 방안 마련을 위해 ‘질병판정위원회 위원’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실태조사 결과, 제도의 단점으로 적용 직종 범위 협소 문제가 46.7%로 가장 높았다. 그 외 질판위 반복 심의 문제가 22.2%, 다른 상병 동시 산재 신청 불가 문제가 17.8% 순으로 나타났다. 개선 방안 역시 적용 직종 범위 확대가 48.9%로 가장 높았다. 그 외 질판위 심의제외 방안이 28.9%, 주상병 동반 동일부위 상병 범위 규정이 17.8% 순으로 나타났다. 향후 노동부는 정책연구 결과에 따른 고시 개정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에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제도의 실효성 제고 방안을 언급하고자 한다.

첫째, 적용 직종 범위 확대가 시급하다. 고시 개정 당시 객관적 근거 없이 불합리하게 제외된 직종들을 면밀히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근골격계질병 발생 위험이 높고 근골격계 부담작업에 종사하는 서비스업 직종과 신체 부담작업에 해당하는 일부 건설·제조업 직종들도 심도 있게 검토하여 적용 직종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둘째, 주상병 동반 동일부위 상병 범위를 고시에 규정할 필요가 있다. 추정의 원칙 제도는 고시에서 규정하는 상병에 해당하고 단독상병일 경우에만 적용 가능하다. 그러나 근골격계질병의 특성상 각 신체부위별 복수상병으로 발병할 가능성이 높다. 2022년 단독상병으로 근골격계질병 산재를 신청한 비율은 34.2%로 나머지 65.8%는 제도의 적용조차 받지 못하며, 단독상병일지라도 엄격한 적용기준에 부합돼야 한다. 이를 개선하고자 노동부는 고시 개정 당시 주상병에 동반되는 동일부위 상병 범위가 포함된 규정까지 마련하여 행정예고 했으나, 경영계의 극심한 반발로 관련 규정이 완전히 삭제된 채 개정됐다. 원안보다 후퇴 개정된 현 고시의 문제를 증명하듯 제도의 적용 건수는 개정 이전과 다름없는 답보 상태다. 따라서, 동일부위 상병 범위 규정 방안을 재검토하여 제도의 실효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질판위 심의제외가 필요하다. 공단은 객관적 자료를 근거로 체계적인 재해조사를 통해 추정의 원칙 적용 여부를 판단하고 있으나, 질판위에서 이를 재검토하고 있다. 이는 처리기간을 지연시키는 비효율적 운영 절차로 심의 신속성을 도모할 목적으로 도입된 제도의 취지에 상당히 어긋난다. 2022년 추정의 원칙 승인율은 99.1%로 이는 공단에서 제도 적용 여부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지표다. 따라서, 비효율적 중복 판단 절차를 없애고 공단의 권한을 강화하여 제도 적용 건에 대한 승인 여부를 공단에서 판정하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

한편 추정의 원칙 적용 건은 현장조사 생략이 가능하다. 그로 인해 경영계와 일부 전문가들은 산재 판정의 공정성 문제를 계속해서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2022년 추정의 원칙 468건 중 345건(73.7%)이 현장조사를 거쳤다. 특히 현장조사 345건 중 산재 신청인의 요청으로 특별진찰을 거친 건수는 303건(87.8%)에 달한다. 현행법상 특별진찰 결과에서 업무 관련성이 ‘매우 높음’으로 평가될 경우 질판위 심의는 제외된다. 이는 추정의 원칙으로 산재를 신청한 노동자가 정확한 산재 판단(특별진찰)을 통해 신속히 산재 승인(심의제외)을 받고자 하는 의도가 반영된 결과라 추측된다. 따라서, 질판위 심의는 제외하되 추정의 원칙 적용 건도 현장조사를 실시하여 공정성 있는 산재 판단이 가능토록 개선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필요는 있다.

노동부는 후퇴 개정된 고시의 실상을 명확히 인식하고 한국노총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여 실효성 있는 제도 개정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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