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병민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Amazon's Antitrust Paradox).’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 격인 미국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 리나 칸(Lina M. Khan)의 박사학위 논문의 핵심은 이렇다. 아마존은 소비자에게 싸게 물건을 파는 약탈적 가격 정책(Predatory Pricing)을 유지하는 대신, 독점적·우월적 지위에서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자신과 계약한 생산자와 노동자에게 그 비용을 전가하므로, 결과적으로 소비자의 편익을 높이는 기업이라도 사회적으로 보았을 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렇기에 플랫폼기업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 아마존과 같은 플랫폼기업은 기존 기업의 모델을 따르지 않기에, 소비자 후생(consumer welfare)을 기준으로 독점 여부를 판단하는 전통적인 방식은 적합하지 않다. 위 논문은 32세의 파키스탄계 여성이 미국 의회의 초당적 지지를 받아, 2021년 미국연방거래위원장에 오르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How did I ever live without coupang)?’ 쿠팡이 시도 때도 없이 외치는 위 구호는 쿠팡이 아마존의 사업모델을 그대로 따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리나 칸의 논문은 쿠팡이 아마존을 따라 사업을 대폭 확장한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쿠팡은 자신의 플랫폼을 이용해, 충성도 높은 고객들을 쿠팡 ‘와우회원’으로 묶어 더 많은 혜택을 부여한다. 소비자는 밤 12시 전에 주문하면, 다음 날 새벽에 물건을 받을 수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이러한 일차원적인 편리함에 취해 ‘쿠팡 없이는 어떻게 살았을까’를 외치고, 쿠팡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에 “왜 쿠팡한테만 그래?”라고 항변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다음 날 새벽 배송을 마치기 위해서,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은 새벽 2시까지 마감 물량을 모두 처리해야 한다. 각 캠프로 옮겨진 물품은 쿠팡맨이나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에 간접 고용된 배송기사 손을 거쳐 아침 7시까지 배송을 마친다. 쿠팡물류센터의 낮은 근로조건과 열악한 노동환경은 매년 지적되나, 쿠팡에게 그저 ‘비용’일 뿐이니 개선될 리 만무하다. 노동조합은 매년 여름 쿠팡 물류센터에 폭염 대책 마련을 요구한다. 쿠팡은 이를 노동조합의 무리한 주장으로 치부하나, 노동조합의 요구사항은 사실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을 준수해 너무 더울 때 쉴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노조와 시민·사회단체들은 쿠팡의 심야노동 문제를 계속 지적한다. 2020년 10월 쿠팡 칠곡물류센터에서 한 물류센터 노동자가 1년4개월 동안 심야 고정 근무를 하다가 과로사하자, 쿠팡은 “고인의 최근 3개월 동안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44시간”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고인이 “숨지기 전 일주일 동안 62시간 10분, 마지막 12주 동안 58시간 38분” 일한 것이 밝혀지자 쿠팡은 관련 보도자료를 뒤늦게 삭제했다. 국감에서 쟁점이 되자, 쿠팡은 유족들에게 합의를 제안했다. 그러다 국감이 끝나고 언론이 잠잠해지자, 쿠팡은 유족들에게 합의 결렬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유족들이 지난 3월28일 서울동부지법에 쿠팡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쿠팡은 고인의 사망에 회사의 책임이 전혀 없다고 주장한다. 고인은 2020년 여름 대구가 한창 코로나19로 시끄럽고 열대야로 무척 더웠을 당시, 체감온도가 35도 넘는 물류센터에서 거의 매일 일했다. 고인은 당시 체중이 10킬로그램 이상 급격히 줄었고, 근육을 과도하게 사용하면 생기는 횡문근융해증 소견도 보였다. 쿠팡은 소송 과정에서 고인의 체중감소 원인은 과로가 아닌 고인의 의도적인 체중감량, 즉 ‘다이어트’라고 주장하고 있다. 쿠팡의 이러한 비정하고 무도한 주장을 하는 것도, 이러한 소송 역시 그들에게는 ‘비용감소’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리나 칸의 논문은 플랫폼기업에 대한 대책으로 두 가지를 제시한다. 첫째는 플랫폼기업을 해체하는 방법, 둘째는 전자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플랫폼을 필수적 공익사업에 가깝게 보고 강력히 규제하는 방법이다. 이런 반면 우리나라 현실은 안타깝고, 대책은 요원하기까지 하다. 플랫폼기업에 대한 규제나,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하는 법안은 현재 국회에서 큰 진척이 없다. 쿠팡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사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으나, 정작 2020년 5월 물류센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여럿 발생했음에도 코로나19 방역지침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6월 쿠팡 관계자 일부를 산업안전보건법 등 위반으로 검찰에 기소 의견 송치했지만 검찰은 여전히 기소하지 않고 있다. 쿠팡이 기본적인 노동관계법도 제대로 지키지 않는데, 법 적용은 너무나도 소극적이다. 우리는 소비자로서 일차원적인 편익에 취해 노동자들에게 그 대가를 전가해서는 안 된다. 정부 역시 쿠팡과 같은 플랫폼기업의 ‘포장된’ 혁신에 취해, 사회에 끼치는 악영향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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