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 기자

노동자들이 최근 전경련 신임 회장에 취임한 류진 풍산그룹 회장은 정경유착과 노조파괴 주범이라며 사과를 촉구했다. 전경련에서 명패만 바꾼 한경협은 해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속노조(위원장 윤장혁)는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활한 전경련이야말로 윤석열 대통령이 말하는 불법 카르텔”이라며 “미르·K스포츠재단과 노태우씨 비자금, 한나라당 선거 자금 차떼기 사건 등 돈과 권력의 담합 중심에 전경련이 있었다”고 비판했다.

윤택근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출범 초기 한경협이란 이름을 달았다가 온갖 비리와 탈법으로 국민들에게 민낯이 드러나자 전경련으로 명패만 바꿔 활동하면서 정경유착을 일삼다가 국정농단 사건이 드러난 뒤 이제는 한경협으로 다시 이름을 바꾼다고 한다”며 “노조를 말살하고 노동자를 거리로 내몰고 적폐의 온상이 돼 해체해야 함에도 또다시 부활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전경련은 1961년 박정희 정권과 삼성그룹 간 거래로 한경협으로 창립한 뒤 1968년 이름을 바꿔 현재까지 활동했다. 재벌기업의 이익단체로 재계 맏형 노릇을 했다. 그러면서 1988년 전두환씨 일해재단 자금 모금과 1995년 노태우씨 대선 비자금 지원, 1998년 국세청 불법 대선 자금 모금, 그리고 ‘차떼기’로 잘 알려진 2002년 한나라당 불법 대선자금에 관여했다. 2016년 정경유착 활동은 정점에 달해 박근혜 정권 실세였던 최서원(최순실)씨와 함께 미르·K스포츠재단을 만드는 데 관여했다.

류 회장도 오랫동안 노동자 탄압과 정경유착에 연루된 인사다. 2010년 12월 풍산그룹은 계열사인 풍산마이크로텍을 노동자들이 전체휴가를 간 사이 기습 매각했다. 이후 생존권 보장을 요구한 금속노조 풍산마이크로텍지회(지회장 문영섭) 노동자들이 13년째 투쟁을 이어 오고 있다. 문영섭 지회장은 이날 “당시 류진 회장 등 그룹은 매각은 없다며 노동자를 휴가 보내고 매각을 강행해 노동자를 거리로 내몰았다”고 비판했다. 정경유착 의혹도 제기했다. 문 지회장은 “최근 윤석열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로 한 포탄을 생산하는 곳이 한국에서는 풍산”이라며 “오로지 풍산만을 위한 포탄 수출 정책인 셈”이라고 꼬집었다.

윤장혁 위원장은 “전경련의 부활은 정경유착을 예고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쇄신하는 척이라도 하고자 한다면 4대 그룹을 가입시켜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윤 위원장은 이어 “류 회장은 2012년 12월 노조파괴를 위해 기습 매각한 풍산마이크로텍 노동자의 13년 세월을 보상하고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