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정규 변호사 (법무법인 원곡)

‘유쾌한 잔치’ ‘즐거운 놀이’라는 어원을 가진 잼버리, 전 세계 청소년들과 지도자들이 참가해 민족, 문화 그리고 정치적인 이념을 초월해 우애를 다지는 청소년 국제행사 잼버리가 지난 8월1일부터 12일까지 전라북도 새만금에서 열렸다. 그러나 정부의 준비 부족으로 엉망진창이 됐다. 4만명의 참가자들,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 모두에게 불쾌하고 우울한 일이 돼 버렸다.

주요 외신들은 한국 언론을 인용해 이번 행사를 “국가적 망신”이라고 표현했지만 동시에 한국 시민들이 전 세계 잼버리 대원들에게 대신 사과하고 친절을 베풀고 있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이런 소식을 들으니 한국 정부가 16개국 청년들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고용허가제도를 통해 한국에 들여왔다가 피해를 입은 이주노동자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이런 반문이 들었다. “잼버리 대원들에게만 미안한가?” “왜 미안함은 시민들 몫인가?”

지난 4일 국회에서는 ‘이주노동자 임금체불 피해 증언대회’가 열렸다. 돈 벌러 한국 왔다 돈 떼였다고 하는 이주노동자들이 눈물로 증언했다. “저는 2015년에 한국에 왔어요. 8년 동안 캄보디아 한 번도 못 갔어요, 돈 없어서. 3년8개월 넘게 일한 돈을 제대로 못 받았어요. 지금도 한국에 있지만 돈은 벌 수가 없어 캄보디아에 있는 가족들에게 도움 줄 수 없고 불행해요.”(캄보디아 출신 이주노동자 A)

“월급을 제대로 못 받아 동티모르에 남겨 놓고 온 아내와 아들이 먹을 것이 없어요. 제 마음이 아파요.”(동티모르 출신 이주노동자 B)

내국인 노동자의 임금체불이 줄어들고 있는 것과 달리 이주노동자의 임금체불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한 해 떼인 임금의 총액이 무려 1천200억원에 이른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세상에 한 번 더 알려졌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이번에도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이런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안정적으로 산업현장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현장 지도, 점검 등 다각적으로 관리, 지원하고 있음.” 다각적으로 관리, 지원하고 있음에도 왜 한 해에 1천200억원이라는 임금체불이 발생하는지에 대한 원인 분석은 없다.

현장 지도점검을 기존 3천개에서 올해 5천500개로 늘린다고 강조하지만, 이 또한 눈 가리고 아웅격이다. 올해 들어오는 신규 이주노동자는 11만명, 이미 고용허가제 전체 사업장은 5만개가 넘었다. 매년 점검하는 사업장을 5천500개로 늘려도 10년에 한 번 오는 현장 지도점검이 두려워 사용자가 임금체불을 하지 않을까?

이주노동자들의 요구는 아주 단순하다. 한국 정부가 알선한 사업장에서 한국 정부를 믿고 일하다가 못 받은 임금을 한국 정부가 책임지라는 것이다. 한국 정부를 믿고 잼버리에 참여한 외국대원들에 대해 한국 정부가 책임지고 나선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수년간 60억~80억원대로 편성되던 외국인 노동자 지원센터 예산을 내년에 전액 삭감하는 등 무책임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 노동력 부족을 타개하기 위해 일본기업 공장에 강제동원을 당한 피해를 입었다. 그런 우리가 이제는 가해자가 돼 외국 청년들이 피눈물 흘리게 하는 사실이 너무 참담하다. 한국 정부는 잼버리처럼 국가적 망신을 당하기 전에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에도 미안함은 시민들의 몫이라면 국가는 그 존재 이유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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