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이 위험하다. 정부가 밀어붙이는 직무·성과급제의 첫 타깃이 되고 효율화·민영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배제된 채 정부의 거수기 역할을 하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일방통행은 멈추지 않고 있다. 공공성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편집자>

공성식 공공운수노조 정책실장
▲ 공성식 공공운수노조 정책실장

지난해 12월26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공공기관 기능조정 및 조직·인력 효율화 계획’을 의결했다. 350개 기관이 제출한 717건의 기능조정, 1만7천230명 정원 감축과 4천788명 재배치 계획을 검토하고 통과시키기까지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공공서비스 축소, 민영화 확대, 신규 채용 감소에 대한 공공기관 노동조합의 반대와 시민사회의 우려가 컸지만 묵살됐다.

공공기관운영위는 공공기관 지정과 해제, 기능조정과 민영화, 임원 임명과 해임 건의, 경영평가, 각종 정부 지침 제·개정 등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핵심 사항을 결정하는 기구다. 겉으로는 정부로부터 독립적이고 민주적인 거버넌스 기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권과 기획재정부 관료 집단에 종속돼 비민주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공공기관운영위는 기획재정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정부위원 약간 명과 11명 이내의 민간위원으로 구성된다. 민간위원을 다양한 분야에서 구성하도록 하고 있으나 추천권을 기재부 장관이 독점하고 있어 정부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로만 채워진다.

정부는 공공기관운영위 명단을 비밀로 하고 있다. 회의 일정, 안건도 사전 공개되지 않고 심지어 위원들에게조차 회의자료가 당일에서야 배포된다. 회의자료도 공개되지 않고 형식적으로 정리된 회의 결과만 회의 개최 수 개월이 지난 후에야 공개될 뿐이다.

회의 운영은 졸속 그 자체다. 공공기관운영위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회의를 46차례 개최해 470개 안건을 처리했다. 안건 1개를 처리하는데 소요된 평균 시간은 단 6.4분이고, 2건을 제외한 468건은 원안 그대로 통과됐다.

공공기관은 공공성·민주성·보편성 등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중심으로 운영돼야 한다. 노동자·이용자·납세자 등 다양한 주체들이 운영에 민주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공공기관운영위는 정권과 기재부 관료의 거수기로 전락했다. 공공기관이 시민을 위해, 시민에 의해 운영되지 못하고 정권과 관료 집단의 이해관계에 좌지우지되고 있다. 공공기관이 바로 서기 위해서는 공공기관 운영 구조부터 민주화해야 한다.

첫째, 공공기관운영위의 정부위원을 3명 이내로 축소하고 시민사회와 공공기관 노동조합도 민간위원을 추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회의 일시, 장소, 안건을 사전에 공지하고 회의 결과를 신속히 공개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둘째, 공공기관 자산매각·기능조정·민영화 등 중요한 문제들이 정권이 일방적으로 결정하지 않도록 국회 동의 조항이 필요하다. 민영화로 인한 공공요금 인상, 공공서비스 축소 등 국민 피해는 너무도 크고, 한번 민영화되면 되돌리기 어렵다.

셋째, 공공기관운영위가 공공기관 노동자의 임금·복리후생 같은 근로조건, 고용과 관련한 지침과 정책을 결정하기 전에 정부와 노동조합이 사전에 심의·의결하기 위한 ‘공공기관 임금·근로조건 결정위원회(가칭)’를 설치·운영해야 한다. 국제노동기구(ILO)도 지난 6월17일 정부의 공공기관 지침 수립 과정에 공공기관 노동조합이 완전하고 의미 있게 참여할 수 있는 정기적인 협의 메커니즘을 수립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정권과 기재부 관료의 비민주적 공공기관 통제가 지속되는 한 공공기관은 바로 설 수 없다. 21대 국회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공공기관의 민주적 운영의 기틀을 마련하는 개정안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