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철 한국노총 부천노동상담소 상담실장
▲ 이동철 한국노총 부천노동상담소 상담실장

정부·여당 인사 중 국민 여론 조사에서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 선두에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있다. 윤석열 정부를 검찰독재라 공격하는 야당과 최전선에서 싸우며 정치적 존재감을 키우는 그를 여러 보수언론에서는 차기 대선후보로 점친다.

그러나 정치이슈와 별개로 다른 관점에서 이미 그는 정치인으로서 등판을 준비 중인지도 모른다. 아마도 한 장관이 정부·여당의 유력 대선후보로 성장할 무렵에는 그는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사회 문제인 저출산 고령화에 대한 인구정책을 책임 있게 제시했다는 점을 치적으로 내세울 것이다. 그런 한 장관의 정책 방향의 얼개가 제시된 것이 바로 지난 7월 제주에서 열림 대한상공회의소 경제포럼이었다.

그날 한 장관은 550명의 경제인을 상대로 초청강연을 했다. 그 자리에서 그는 저출산 고령화라는 대한민국이 현재 처한 경제·사회의 복합적 위기에 대해 숙련 기능인력을 혁신적으로 늘려 조선업 등 기간산업의 인력부족 문제를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비자와 이민 등 법무행정 권한을 활용해 경제성장을 지원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는 문재인 정부 말기 2천명에 불과했던 E-7-4 기능인력을 3만5천명으로 획기적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가족 동반이 어려운 E-9 비자와 달리 E-7-4 비자는 가족을 초청해 동반할 수 있고 정주 여건이 개선돼 향후 영주권 확보의 기반이 된다.

한 장관은 단순히 이주노동자 몇 명을 더 들여오는 문제가 아니라 “10년 후 나라가 어떤 인구 구성을 갖게 될지, 그 대책이 뭔지를 매일 매일 스트레스 받고 고민하고 동네북처럼 국민들께 혼나야 할 기관”으로 출입국·이민정책의 컨트롤 타워인 이민청 설립을 제시했다. 이 대목에서 그 자리에 참석한 어느 경제인은 “그저 언변이 수려한 엘리트인 줄 알았는데 국가의 미래를 고민하는 책임과 포부가 대단해 전율을 느꼈다”고 소회를 밝혔다.

한 장관의 이러한 정책 방향은 인구 소멸 위기 속에서 고심하는 지역 정치인들에게도 환영받고 있다. 저임금에 장시간 노동으로 숙련노동자가 떠나 버려 인력부족에 시달리는 울산과 목포 등 지역의 제조업 거점 도시에서는 중소기업인들과 정치인들이 큰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

이처럼 180석 가까이 국민의 지지를 받았던 거대 야당의 국회의원들이 검찰개혁을 고리로 한 장관에게 공격을 퍼붓는 사이 한 장관은 네덜란드와 독일·프랑스 등 이민 선진국을 돌아다니며 이민정책을 연구하고 있었다. 일본의 예를 참고해 보수우익의 지지층인 기업인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인 저임금·숙련 노동자 공급 문제를 풀어 갈 정책을 착착 마련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 장관의 이러한 정책방향은 윤 대통령의 신임 속에 현실화해 노동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고, 의도하지 않더라도 노동시장에 문제도 야기할 것이다. 문제는 한 장관이 주도하는 숙련 기술인력 확대 정책이 노동시장을 구성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균형적으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기간산업 붕괴와 지역 소멸까지 야기한 조선업과 뿌리 제조업 노동력 부족 문제는 근본적 원인이 불평등한 임금구조에 있다. 지난해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의 문제제기로 기간산업 숙련노동자의 처참한 노동현실이 이슈가 됐다. 그 뒤 다단계 하청으로 유지되는 기간산업의 일자리는 한국인 노동자가 기피하는 더럽고 위험한 일이라는 사회적 비판에 직면한 상황이다.

불평등한 임금구조 해결 없이 노조할 위험 없는 말 잘 듣는 이주노동자 공급을 증가시켜 업계의 부담을 덜어 줄 경우, 그렇지 않아도 힘든 노동이 더욱 힘들어지고 내국인에게는 더 매력 없는 노동 ‘더티 워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정주가 가능한 숙련기술 인력 자격 부여와 관련해 한 장관은 대한민국의 국민이 될 자격을 평가하는데 기업인들의 추천을 최우선 하겠다고 밝혔다. 그로 교란될 노동시장을 우려하는 노동계 의견 수렴 기회는 없었다. 지금이라도 한 장관은 이주노동자의 공급확대 정책과 관련해 기업인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한 노력만큼 노동계의 우려도 경청하고 균형적으로 정책에 반영하길 바란다.

한국노총 부천노동상담소 상담실장 (leeseyh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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