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창동의 마을버스 회사 ‘번창운수’ 는 운전사 58명 중 44명(76%)이 60세 이상의 고령자들이다.

모집 공고에도 아예 ‘60세 이상 우대’ 라고 명시돼 있다. 이 회사 과장 김정화(여·30)씨는 “경력이 풍부하고 사고율이 적어 70세 이상 되신 분도 건강만 좋으면 채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불황과 채용 축소로 청년실업이 증가하는 반면 ‘노인 취업’ 은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눈높이’ 를 낮춘 은퇴자들의 재취업 의욕이 높은 데다 고용을 원하는 사업체도 늘고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작년 12월 말 현재 일을 할 의사와 능력이 있는 55세 이상 경제활동인구 352만1000명 중 98.7%인 347만4000명이 취업자로 나타났다. 98년 이후 해마다 10만명 전후씩 취업이 증가하는 추세로, 노인 취업자 400만명 시대가 멀지 않았다. 취업 영역도 경비업·청소업 등 기존의 영역뿐 아니라 버스운전사·주유소 주유원·지하철 택배원·식당종업원·산림안내원·간병인 등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경기도 의왕시 이동 「경인ICD주유소」는 3년 전부터 시작해서 5명의 주유원과 15명의 용역직 등 20명의 직원을 모두 60세 이상으로 바꿨다. 남길섭(54) 소장은 “젊은이들은 월급 다음날이면 결근하기 일쑤이지만, 노인분들은 결근을 안 하는 것은 물론이고 장마철에 유류탱크에 물이 들어갈까봐 밤을 새기도 하는 등 훨씬 책임감도 있고 성실하다”고 말했다. 경기도청에 따르면 지난해만 300명 이상의 고령자가 도내 주유소의 10~20대 초반 주유원들을 교체해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노인 취업률이 높은 이유는 부양가족이 없어 임금이 상대적으로 적은 반면, 업종에 따라 ‘노동의 질’ 에서 노인들이 젊은이들보다 앞서기 때문이다. 정부가 노인 고용에 대해 고용촉진장려금을 지급하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다.

하지만 임금이 낮고 취업직종이 아직은 한정돼 있는 등 노인 취업의 문제점도 없지 않다.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최근 시민단체가 등장하기도 했다. 대한성공회 주관으로 만들어진 ‘종로시니어클럽’ 은 작년 10월 서울 대학로에 전 직원이 60세 이상인 찜닭집 ‘친친’ 을 창업했다.

이 클럽은 임금 외에 업소 수입의 일부를 노인들에게 이익금으로 배당, 낮은 임금을 보전하고 있다. 또 꼬치 가판점 창업이나 숲 안내인·경로당 건강상담인 등 새 직종 개발도 구상하고 있다. 이 단체 차승현(35) 실장은 “노령화사회가 될수록 노인들이 세금을 축내는 천덕꾸러기가 아니라 경제활동 인구로 당당하게 활동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