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부터 1년 전 한 여성 노동자가 일터에서 자신을 스토킹하던 남성 동료에게 살해당했다.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서울교통공사노조와 직장갑질119는 올해 9월4일부터 14일간 추모주간을 설정했다. 시민들을 대상으로 온라인·오프라인 추모공간을 운영할 예정이다.

1년 동안 변화는 있었다. 스토킹처벌법 개정으로 반의사불벌 조항이 폐지돼 피해자의 가해자 처벌 의사와 무관하게 스토킹 범죄는 처벌된다. 가해자의 집요한 합의 요구로 추가 피해가 발생하게끔 했던 법의 구조는 개선됐다. 이외에도 스토킹 행위의 정의, 피해자 보호 조치가 확대됐다. 스토킹 피해자에 대한 불이익한 조치를 금지하는 스토킹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 방지법)도 제정·시행됐다.

그러나 가해자를 직위에서 해제했음에도 불구하고 가해자의 내부 통신망에 대한 접근권한을 지체 없이 말소하지 않아 가해자가 피해자의 근무일정에 접근하도록 하였던 서울교통공사는 고작 36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가해자는 피해자가 죽고 나서야 비로소 구속돼 지난 7월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신당역 살인사건은 여성 혐오 범죄였다. 스토킹은 그 본질에는 여성의 인간으로서의 주체성을 인정하지 않고 구애의 대상으로만 물화하는 폭력적인 연애관이 있기 때문이다.

신당역 살인사건은 동시에 산업재해였다. 신당역 살인사건이 산업재해 해당하는 이유는 단지 피해가 일터에서 발생했기 때문만이 아니다. 피해자를 죽음에 이르기까지 한, 시스템의 부재는 서울교통공사의 책임이기도 하다. 공사는 가해자가 불법촬영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고 통보받았음에도 징계절차를 개시하지 않고 직위를 해제했을 뿐이다. 서울교통공사에는 확정판결 뒤 징계라는 사내 관행이 존재했다고 한다. 가해자의 징계도,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도 없었다. 판결의 확정은 빠르게는 1심으로, 길게는 3심 재판까지 이어지는데 그때까지 가해자에 대한 징계가 요원한 것이다.

불법촬영이라는 심각한 범죄에 대해 이토록 대처가 안일할 수 있었던 것은 공사가 가해자의 행위의 심각성에 대하여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이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이 진행되게끔 한 경찰과 검찰도 마찬가지이다.

스토킹처벌법이 강화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과연 우리 사회에, 일터와 일상에서 여성이 계속 죽는 이유가 부족한 법만이 문제인지는 물어야 한다.

문제는 가해자의 폭력적인 연애관, 그러한 가해자를 키워 낸 여성 차별적인 사회, 그리고 일터와 사회에서 여성의 발언력이 보장되지 않는 현실에 있다. 노동자를 보호할 사업주, 시민을 보호할 공권력, 법을 집행한 사법부 또한 위 문제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스토킹처벌법이 개정돼 반의사불벌 조항은 폐지됐다. 스토킹범죄의 중대함을 인정하는 법의 개정에 발맞춰 법원도 스토킹범죄의 처벌에 있어서 엄벌을 선고하고 합의 여부를 유리한 정상으로 판단하는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

무엇보다, 아주 진부하고 오래된 얘기지만, 여성의 목소리는 들리고 존중받고 실질적인 권한이 부여돼야 한다. 결정 기구에 여성의 목소리가 없는 회사는 자신을 되돌아봐야 한다. 여성들은 적극적으로 떠들고 요구한 지 오래다. 사회는 들을 준비가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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