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정기훈 기자

방송사에서 일하는 프리랜서·비정규직 10명 중 4명은 지난 1년간 임금체불을 경험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0명 중 7명은 직장내 괴롭힘을 겪었다고 답했다.

68.6% 유급연차휴가 “없다”
11.5% 월평균 밤샘 횟수 “9회 이상”

‘방송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름, 엔딩크레딧’은 지난달 10일부터 23일까지 전국 방송 비정규 노동자 456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1일 발표했다. 10명 중 4명(42%)은 ‘지난 1년간 임금체불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들 중 ‘있지만 드물다’고 답한 경우가 26.8%였고, ‘여러 차례 있다’거나 ‘많다’고 답한 경우가 15.2%였다.

근로기준법에 보장된 권리조차 요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3명 중 1명 이상(36.7%)은 ‘근로계약서를 작성조차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했지만 교부받지는 않았다’고 답한 경우도 6.3%였다. 급여명세서 또한 ‘교부받지 않았다’는 응답자가 10명 중 8명(81%)인 것으로 조사됐다.

법정공휴일이나 연차휴가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법정공휴일을 ‘유급휴일로 쉬고 있다’고 답한 경우는 16.6%에 그쳤고, 유급연차휴가가 ‘없다’고 답한 경우도 68.6%나 됐다.

대부분 근무시간은 불규칙적이었고 밤샘근무를 하는 경우도 많았다. 응답자 10명 중 7명(70.1%)이 ‘규칙적이지 않다’고 답했고 이들중 ‘전혀 규칙적이지 않다’고 답한 경우가 36.5%였다. 월평균 밤샘 횟수를 조사했을 때 ‘없다’고 답한 경우는 29.1%에 불과했다. ‘9회 이상’이라고 답한 경우도 11.5%나 됐다.

밤샘 노동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복수응답)에 대해서는 ‘당연시하는 업계 분위기’가 56.5%로 가장 많았고, ‘빠듯한 제작일정으로 인한 과도한 업무량’이 52.7%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제작비 부족으로 인한 인력 부족’(36.8%),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고용형태’(31.5%)가 뒤를 이었다. 근무시간의 결정 주체는 응답자 절반 이상(54.4%)이 ‘방송사 또는 외주제작사’라고 답했다.

63.4% 괴롭힘 당해도 “참거나 모르는 척”

응답자 10명 중 7명(73.2%)은 ‘지난 1년간 직장내 괴롭힘을 겪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괴롭힘 유형으로는 ‘모욕·명예훼손’이 54.9%로 가장 많았고, 사적 용무 지시나 퇴사 강요 같은 ‘부당지시’가 43.1%, ‘따돌림·차별’이 39.9%로 뒤를 이었다.

괴롭힘을 겪어도 진료나 상담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었다. 직장내 괴롭힘을 겪었다고 답한 응답자 가운데 의료적 진료·상담 여부에 대해 물어 보니 43.5%가 ‘진료나 상담이 필요했지만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혼자 감내하거나 퇴사하는 수순으로 이어졌다. 직장내 괴롭힘 관련 대응(복수응답)에 대해 ‘참거나 모르느는 척했다’고 답한 경우가 63.4%, ‘회사를 그만뒀다’고 답한 경우가 56%였다. 회사·노조나 노동부 같은 관련기관에 신고했다고 답한 경우는 4.6%에 불과했다.

“비정규직 백화점 방송사, 당사자들이 바꿔 낼 것”

한편 이날 방송사에서 일하는 프리랜서·비정규직이 모인 당사자 중심의 연대단체 ‘엔딩크레딧’이 출범했다. 엔딩크레딧은 영화가 끝난 직후 스크린 자막을 통해 영화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의 이름이 올라가는 것을 의미하는데, 브라운관 바깥에서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방송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이 모였다는 뜻이다.

엔딩크레딧은 1일 오후 방송의 날 기념식이 열리는 63빌딩 컨벤션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출범 사실을 밝혔다. 고 이재학 피디 동생인 이대로 엔딩크레딧 대표는 “방송사가 비판하는 그 어떤 기업과 기관보다도 방송사야말로 비정규직 백화점이자 비정규직의 무덤”이라며 “문제 제기가 이뤄져도 반성하고 개선하기는커녕 방송사는 여전히 숨기기 급급하다. 스스로 정화할 능력과 의지가 없는 탓에 당사자들이 직접 나서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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