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

노동자에게도 시민에게도 정치는 너무나도 중요하다. 정치의 윤리는 시민의 윤리를 규정한다. 통치를 한다는 것은 이끄는 것이며 한 사회의 인적·재정적·제도적·도덕적 자원을 공적인 명령을 통해 구성하는 행위를 말한다. 그렇기에 지도자에게는 공적 명령의 힘을 선용할 수 있는 능력이 너무나도 중요하다. 우리는 천사가 아니며 개별적인 시민으로 가지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지도자를 선출하는, 어찌 보면 가장 인간적인 제도를 채택하고 있기에 우리의 대표자를 함부로 욕되게 하는 것을 쉬이 관용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5년에 한 번씩 우리가 함께 구성하고 있는 이 사회를 지도할 대표자를 선출한다. 극단적으로 양분화돼 분노를 양식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기생하는 양당 체제의 한계가 있을지라도, 공익의 영역에서 자신의 정당성을 획득하고자 하는 싸움에서 공익이 발생한다. 그 가운데 새로운 정부의 탄생은 이전의 한계를 딛고 분열돼 있는 담론을 통합하고 더욱 나아진 사회로의 상상을 하게 만든다. 현재 존재하는 여와 야 사이에는 좁디 좁은 개울만이 흐르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여당이든 야당이든 더 나은 정치적 지도자·대표자가 자기 소명을 갖고 ‘사회'를 다시 구성해 주길 희망할 뿐이다.

윤석열 정부의 취임 이후 첫 국가기념일이었던 2022년 5월18일, 국민의힘 의원들을 모두 대동해 대통령은 기념식장을 찾았다. 한편의 우려와 한편의 기대감을 가지고 기념식 라이브를 지켜봤다. 역사적 이념 논쟁을 넘어 사회통합의 메시지, 즉 품격 있는 정치의 언어를 기대했다. 그리고 철 지난 소리들이 아닌 코로나를 관통하며 상처받고 있는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에 대한 메세지를 내길 바랐다. 광주 정치뿐 아니라 정치의 변화가 필요함을 이야기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였다. 하지만 당일 메세지는 철 지난 이념으로 점철돼 있었고 품격도 감동도 없었다.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세력들이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 일제 강제점령으로부터 해방된 지 78년이 지난 올해 8월15일 대통령의 메세지다. 수많은 이들이 철 지난 이념전쟁을 다시 불러일으켜 무엇을 획득하고자 하는지 물을 때, ‘드디어 국가가 나의 부름에 응답하는구나’라며 마지막 소명을 다하듯 국방부와 육군사관학교의 홍범도 흉상 철거와 광주 정율성 기념공원 조성사업 반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우리는 분단과 전쟁이라는 해소하지 못한 구조적 모순과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을 계속해서 해 오고 있음에도, 한반도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해 어떠한 원리와 원칙도 세우지 못하고 정부가 동원하고자 하는 시민의 분노에 따라 휘청거린다.

우리는 좋은 질서를 만드는 것에 실패했다. 이재명 당대표가 단식에 들어간다고 한다. 무능한 정부를 심판하겠다고 한다. 가상화폐 투자로 논란을 만들었던 김남국 의원에 대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제명안이 부결되고 하루 만이다. 누가 이러한 무질서함 속에서 평화와 안식을 찾을 수 있을까. 도덕적으로 몰락해 버린 가운데 시민들을 정치로 과도하게 호명하며 서로가 서로의 투쟁과 분노만을 조직한다. 토마스 홉스는 이러한 상태를 자연상태라고 하지 않았을까.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 정치의 기능이 부재한 상태 말이다. 힘과 목소리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다정함과 따뜻한 공론이 구성하는 세상으로 우리는 어떤 나아감을 고민할 수 있을까. 내년 총선이 암담하다.

청년유니온 위원장 (tjfrla3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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