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요양보호사들에게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지급하고 유급휴가를 주지 않았던 노인복지센터 대표에게 대법원이 벌금형을 확정했다. 미지급 임금 액수가 수천만원에 달해 적지 않은데도 벌금 수백만 원에 그쳐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에 대한 법원 실무 관행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4천여만원 임금체불에 휴가 미부여
복도서 ‘쪽잠’ 요양보호사 ‘24시간 대기’

31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노인복지센터 대표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사건은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상시근로자 44명을 고용해 센터를 운영한 A씨는 2015년 1월부터 2017년 7월까지 직원 28~36명에게 최저임금을 밑도는 임금을 지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같은 시기 임금 4천700여만원과 연차휴가 미사용수당 300여만원을 주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또 26명에게 법정 유급휴가 일수만큼의 휴가를 주지 않은 혐의도 받았다.

요양보호사들은 야간에도 제대로 쉬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센터 직원들의 근로계약서와 취업규칙에는 야간근로시간 중 5~6시간을 휴식시간으로 보장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하지만 요양보호사들은 환자 기저귀 교체와 대소변 처리, 사고방지를 위한 CCTV 모니터링 등 돌발상황을 대처해야 했다. 또 각 층에 2~3명의 요양보호사가 대기하면서 15~20명의 환자를 돌보면서 복도에 있는 간이침대에서 ‘쪽잠’을 잤다.

1심은 임금체불을 제외한 나머지 혐의를 인정해 A씨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소정근로시간에 ‘야간휴게시간’도 포함해 계산해야 한다며 센터 노동자들이 최저임금에 미달한 금액을 받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야간시간에 휴게와 업무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에 관해 요양보호사 재량에 맡기고 있을 뿐 명확한 객관적 규범이 없다”며 “요양보호사들의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것이 아니라 형식에 그쳐 근로를 위한 대기시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 “최저임금 미지급 규모 커”

재판부가 계산한 요양보호사들의 하루 근로시간은 무려 ‘22시간’에 달했다. 2015년의 경우 1일 24시간 근무 후 2일간 쉬었다. 근무일 오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점심·저녁 각 1시간인 휴게시간을 제외하면 근로시간은 22시간이다. 2016년에는 휴게시간이 점심·저녁 각 30분이 늘었지만 근로시간은 21시간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도 A씨측은 ‘하루 근무 이틀 휴무’ 체제로 운영돼 휴무일에 연차를 사용하기로 합의했다며 무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연차휴가 사용대체에 관해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가 없었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단시간 근로자’라는 A씨 주장도 배척했다. 다만 임금체불 혐의는 처벌불원의사가 있어 공소 기각했다.

2심은 벌금 300만원으로 1심보다 400만원을 감경했다. 2017년도 최저임금법과 근로기준법 위반은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1심과 같이 야간 휴게시간을 대기시간으로 인정했다. “야간에 어르신들 쉴 때 우리도 쉬고, 무슨 일 있을 때 다 같이 움직였다”는 요양보호사의 법정 진술이 뒷받침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상당한 기간 근로자들에게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지급했고, 그 금액의 합계도 적지 않다. 일부 근로자들로부터는 용서받지 못했다”면서도 “근로자들이 실수령액을 높이기 위해 기본급을 줄이고 수당을 많이 받기를 원했던 것으로 보여 피고인이 최저임금법을 위반하게 된 경위에 다소 참작할 만한 부분이 있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대법원 판단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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